[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시중은행들이 의욕적으로 내놓은 '신상품'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간 경쟁이 치열해지거나 시대를 너무 앞선 상품이 나왔기 때문이다.
◇ "무이자 할부 앞에 장사없네"
지난 2월 신한은행이 내놓은 자동차 대출 상품 '마이카 대출' 실적은 누적 기준 5월말 현재 439억원으로 4월말 207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큰 폭의 신장세로 볼 수 있지만 차할부금융시장 전체가 13조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찻잔속의 태풍'에 그친 셈이다. 하나은행도 차대출상품을 내놓았지만 거의 실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차대출 상품은 '취급수수료'가 없고 금리도 6%대이기 때문에 캐피탈사와의 경쟁에서 앞서는 게 사실이다. 금리차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2500만원대 중형차를 구매할 경우 조금만 발품을 팔아 은행 상품을 이용하면 약 20만~30만원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은행권 차대출 상품이 부진한 이유는 경쟁적으로 캐피탈사들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반격에 나섰기 때문.
◇ 車회사와 캐피탈사 관계 `끈끈`
국내 완성차시장 80%이상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할부금융을 맡고 있는 현대캐피탈이 5월에 이어 6월에도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5월 전체 80%를 무이자·저금리로 제공하던 것을 6월에는 86%로 높였다. 아반테 하이브리드 모델은 36개월 무이자, 기아차는 대부분 5% 저금리로 차를 판다.
RCI파이낸셜, 아주캐피탈 등도 르노삼성차, GM대우 등 완성차업계와 손잡고 은행보다 더 좋은 조건에 차를 판다.
자동차회사와 캐피탈사간 끈끈한(?) 관계도 은행 차대출 실적 저조의 이유다.
서울 중구의 한 자동차영업점 팀장은 "본사 차원에서 자사 관련 캐피탈사 할부이용률을 확인하는 건 오래된 관행"이라며 "은행권 대출 상품 비중이 높아지면서 본사에서 제재가 들어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KB국민은행은 아예 관련 상품을 내놓지 않았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 2003년에도 차대출상품을 내놨지만 실적이 미미했었다"고 말했다.
◇ 4.5% 금리줘도 "아직 스마트폰은..."
우리은행은 이달 1일 '우리스마트정기예금’을 내놨다. 아이폰 등 스마트폰으로 금융상품 가입이 가능한 최초 상품으로 무려 4.5%의 금리를 제시했다.
여기에 선착순 500억원 한도에 1인당 최대 500만원까지만 가입할 수 있어 조기 매진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4일 기준 실적은 겨우 31억원으로 10%에도 못미쳤다.
아직은 스마트폰으로 금융 상품을 가입하는게 '어색하다'는 분석이다. 단순 조회, 이체는 익숙해도 '금융 상품 가입'까지 친숙해지도록 고객을 이끌기에는 '너무 앞서 나간 상품'이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경우 20~30대 젊은 층이 많이 쓰는데 개인자산운용은 40~50대가 많은 편"이라며 타깃층이 잘못 됐다는 분석을 내리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같은 금리 상품을 은행 창구에서 팔았을 경우 3~4일만에 마감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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