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합으로 간 '이재명 8년 의혹', 차기 대선 지지율 감안했나?
하급심서 이미 사실관계 확인…법조계 "전합 판단대상 아니다" 지적도
2020-06-15 14:56:58 2020-06-17 18:55:06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직권남용및권리행사 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유무죄 여부가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18일 회부된다. 상고장이 대법원에 접수된 지 9개월만이다. 차기 여권 대선후보로 급부상한 이 지사에 사건에 대한 대법원 고민의 결론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15일 "피고인 이재명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18일 회부돼 신건으로 심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상고 9개월이 지나서야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 "법원조직법 7조 1항 4호에 의해 전합에 회부되었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19년 9월6일 오후 경기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빠져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당 조항은 '대법원의 심판권은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합의체에서 행사하며,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된다. 다만, 대법관 3명 이상으로 구성된 부에서 먼저 사건을 심리해 의견이 일치한 경우에 한정해 다음 각 호의 경우를 제외하고 그 부에서 재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3호는 '명령 또는 규칙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된다고 인정하는 경우, 종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를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사건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4호는 '부에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라고 규정했다. 
 
4호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전원합의체 심리절차에 관한 내규'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내규는 2018년 6월14일 제정돼 같은 달 18일부터 시행돼 왔다. 전원합의체 재판이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의 대상이 된 데 따라 보강된 것이다.
 
△중대한 공공의 이해관계와 관련되거나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건 △ 우리 사회의 근본적 가치에 관한 결단을 제시할 만한 사건 △사회적 이해충돌과 갈등대립 등을 해소하기 위한 최종 판단이 필요한 사건 △역사적으로 사법적 평가가 필요한 쟁점을 다루는 사건 △중요한 일반적 법 원칙을 강조하여 선언할 필요가 있는 사건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건 등이 그 기준이다.
 
전원합의체로 사건이 회부됐다고 해서 주심 대법관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고 대법원 2부 노정희 대법관이 계속 주심을 맡는다. 
 
전원합의는 한달에 한번씩 대법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전원일치를 필요로 하는 소부와는 달리 다수결로 결론을 내린다. 전직 대법관들과 사법연감 등 통계를 분석해보면, 1년에 선고되는 전원합의체 사건은 12~15건 사이다. 이 지사에 대한 전원합의체 선고 역시 연내 결론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전원합의체 판단에서도 '친형 강제입원 의혹'이 쟁점이다. 검찰은 이 혐의와 함께 '검사 사칭' 등 총 4가지 혐의사실을 주장했지만 1, 2심 모두 무죄로 선고했다.
 
애당초  '친형 강제입원 의혹' 은 직권남용및권리행사방해와 이를 뿌리로 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위에 걸쳐 있었다. 
 
1심은 두 혐의를 모두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다소 무리하게 (입원을) 진행한 게 사회적 논란이 됐고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지만, 이 지사의 행위 자체를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2심도 직권남용및권리행사방해에 대한 판단에서는 1심을 유지했다. 그러나 TV토론에서 친형을 강제입원시킨 사실 자체를 부인한 것은 당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경기지사 당선 무효형에 해당한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심리로 이번 사건을 판단하기로 한 배경에는 1, 2심의 법리적 판단이 엇갈린 이유도 있지만 이 지사가 유력한 차기 여권 대선주자라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상대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를 묻는 여론 조사에서 이 지사는 28%를 차지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선호도가 수개월째 3위 그룹과는 10% 안팎으로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원합의체 심리절차에 관한 내규'상 '사회적 이해충돌과 갈등대립 등을 해소하기 위한 최종 판단이 필요한 사건'쯤으로 고려될 수 있는 상황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은 무효로 되고, 5년간 피선거권 역시 제한된다.  
 
대법원의 결정에 대한 법조계 해석은 분분하다. 정치권 사정에 밝은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차기 유력 대선후보인 만큼 상고심이 제기된 사건이기 때문에 사법부가 명확히 판단해주는 것이 맞다. 이미 8년간이나 논란이 지속되어 오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반면 시사평론가로도 활동 중인 한 변호사는 "이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의혹' 사실관계는 이미 명확히 정리됐다. 치열한 법리다툼이 있거나 판례변경 대상도 아닌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까지 열어 심리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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