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을 만나 개발 중인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3총사'를 소개했다. 수명과 주행거리는 늘리고 안전성도 높인 제품으로, 이를 내세워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사로잡겠다는 포부다.
22일 오전 구 회장은 충청북도 청주시 소재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정 수석부회장을 만나 장수명(Long-Life), 리튬-황, 전고체 배터리 등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을 둘러봤다. 구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이날 만난 오창공장은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핵심 생산기지다.
이날 구 회장은 정 수석부회장에게 장수명, 리튬-황, 전고체 배터리를 소개했다. 수명, 주행거리, 안전성을 강화한 제품들로 이는 전기차 배터리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특히 배터리의 수명은 LG화학 외에 다른 배터리사들도 주목하는 지점이다. 고객들이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배터리의 짧은 수명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은 통상 8년 정도로, 앞서 LG화학의 라이벌 중국 CATL도 16년간 사용하고 200만km를 달릴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주)LG 대표가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LG그룹
LG화학이 연구 중인 장수명 배터리의 경우 기존 제품보다 5배 이상 오래 사용해도 성능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들의 보증기간이 16만km 수준"이라며 "연구 중인 제품은 80만km 이상을 타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분석해 최적의 상태로 관리해주는 알고리즘 개발도 하고 있다.
리튬-황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5배 이상 높아 오랜 시간 이용할 수 있는 배터리다. LG화학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로 황탄소 복합체를, 음극재로 리튬 메탈 경량 재료를 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 제품은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2배 이상 높고,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원가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어 이를 보완하는 게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장수명, 리튬-황 배터리가 성능에 주목했다면 전고체 배터리는 안전성을 높인 제품이다. 배터리의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것으로, 폭발 위험이 적고 환경 변화에도 강하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정 수석부회장을 만나 삼성SDI가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를 소개하기도 했다.
아울러 LG화학 배터리 사업은 생산 경쟁력도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LG화학은 한국 오창공장을 비롯해 중국 남경, 미국 홀랜드,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가 있다. 이들 공장의 생산능력은 지난해 기준 70GWh였는데 올해 100GWh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1GWh는 전기차 배터리 5만대 물량으로, 연간 100만대에 이상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려면 50GWh 정도의 생산능력을 갖춰야 한다. 업계에서는 2022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가 약 870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LG화학은 미래 배터리 분야에서도 게임 체인저가 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현대차와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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