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제도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올해 들어 수사심의 신청이 급증한 것도 그 여파다. 그런 만큼 수사심의 제도에 대한 '불공정성·비전문성'이 의심되는 허점들을 여실히 드러냈다. 결과와는 별개로 소집 결정부터 권고 결정 이후까지 계속해서 논란에 휩싸였다.
위원장부터 문제였다. 심의 대상 사건 피의자 중 한명인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친구지간인 양창수 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언론 보도 이후 결국 직무 수행을 회피했다.
대법관 시절 삼성 관련 사건 재판에 참여해 유리한 판단을 내린 것도 문제가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09년 5월 1심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허태학·박노빈 전 에버랜드 대표이사의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양 위원장은 당시 무죄 취지로 판단한 대법관 5명 중 1명이었다.
심의에 참여하는 현안위원은 비공개임에도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 이후 일부 현안위원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불자회의 추진위원회는 수사심의위원회 권고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심대차한 사안에 대해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린 수사심의위원회에 조계사 부주지 원명 스님이 포함돼 있다는 것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2019년 4월 MBC는 원명 스님 부주지 당시 15억5000만원의 사업 규모로 국고보조사업인 외국인 전용 템플스테이 체험관이 조계사 매점, 조계사 사무소, 찻집으로 전용된 사실을 보도했으나, 조계사는 이에 대해 전혀 반성 없이 MBC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며 "최근 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재용 부회장은 사회적 약자도 아니고, 이 사건은 절도와 같이 단순한 사건도 아니다"라며 "수사심의위에서 판단할 사안이 아닐 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도덕성, 그리고 사회 발전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는 수사심의위원회 위원 구성은 목적과 전혀 다른 또 다른 기득권 보호의 수단이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현안위원으로 참여한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일부 언론에서 "삼성바이오가 법을 위반했다고 볼 만한 의심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등으로 인터뷰한 내용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와 같은 문제가 제기된 후 내려진 권고 결정에 대해 비판이 잇달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논평에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내 현안위원회가 단 하루 만에 이 사건의 본질적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 작업 존재를 인해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며 "최근 이 부회장 영장심사 당시 법원 역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고, 검찰이 상당 정도 증거를 확보했다'며 혐의를 사실상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도 수사심의위원회는 법원의 판단 자체를 무시하고, 기소 자체를 하지 말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어떠한 논리도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삼성의 손을 들어준 현안위원들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평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6일 부산에 있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MLCC 전용 생산 공장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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