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대기업 자금을 활용한 벤처 활성화를 명분으로 수십 년간 고수한 ‘금산분리 원칙’의 완화카드를 내밀었다. 대기업이 벤처캐피털(VC) 계열사를 통해 스타트업 투자 후 인수합병(M&A)할 수 있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허용을 연내 입법화한다.
다만 총수일가 사익편취 등 지배력확장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뒀다. 특히 외부자금 조달인 펀드 조성금액은 40%까지 허용하고 해외투자를 20%로 제한했다. 밴처캐피털 형태는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로 ‘총자산의 40% 이상’, ‘신기술사업’에만 각각 투자하도록 했다.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통제장치를 둔 제한적 허용에 나선다. CVC의 차입규모는 지주회사의 경제력 집중을 우려해 자기자본의 200%로 제한했다.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비경 중대본)’를 열고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신기사는 융자 업무·타 금융업 겸업이 가능하다. 반면 일반지주회사 보유의 CVC인 신기사는 금지다. CVC 펀드 조성 때에는 조성액의 40%까지 외부자금조달을 허용한다. 창투사 벤처투자법상 등록 후 3년 내에 총자산(자기자본+조합 출자금)의 40% 이상을 창업·벤처기업 등에 투자할 수 있다.
신기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기술사업자(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이를 응용해 사업화하는 중소·중견기업)로 투자 대상을 제한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CVC는 일반지주회사의 지분 100% 보유 형태인 완전 자회사로 설립해야 한다”며 “기존 벤처캐피탈 형태인 창투사·신기사의 두 가지 유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총수일가 관련 기업과 CVC의 계열회사에 대한 투자는 금지다. 공시대상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에 대한 투자도 금지한다.
정진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은 “대기업 등의 CVC 추진 의향이 있다”며 “회신한 68개사 중 18개사가 의사를 밝히는 등 대기업만 7곳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CVC가 투자한 중소·벤처기업이 대기업집단 편입요건 충족 시 편입 유예기간을 7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정기국회에서 연내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리 감독을 위해서는 공정위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가 각종 행위제한과 요건, 투자의무 등을 조사한다. 일반지주회사가 보유한 CVC는 출자자 현황과 투자내역, 자금대차관계, 특수관계인 거래관계 등을 공정위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앞서 정치권은 일반지주회사의 CVC 허용을 위한 추진에 긍정적 시그널을 내비쳐왔다. 하지만 금산분리 원칙을 고수해온 공정위로서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등의 우려를 견지해왔다.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비경 중대본)’를 열고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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