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전기자동차 시장이 커지면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국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한·중·일 3국이 패권을 두고 경쟁했다면 이제는 유럽 국가들까지 배터리 사업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10일 배터리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유럽은 최근 전기차 판매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면서 배터리에 대한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유럽 공통의 이익 프로젝트(IPCEI)'는 독일 배터리 회사인 바르타(Varta)의 배터리셀 연구와 생산을 위해 3억유로(한화 약 42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IPCEI는 바르타 외에도 배터리셀 연구를 진행하는 유럽 업체에 총 3조원 규모의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바르타 외에 지원금을 받는 회사는 바스프(BASF), BMW그룹, 오펠(Opel), 유미코아(Umicore) 4곳이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유럽 국가들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에 나서며 국내 업체들이 긴장하게 됐다. 사진/뉴시스
영국도 한·중·일 배터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국의 웨일스 자치정부는 최근 자국 배터리 업체 브리티시 볼트와 사우스웨일스 지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배터리 공장은 2023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며 연 30GWh를 생산한다는 목표다. 영국은 이른바 '이산화탄소 제로' 정책에 따라 2040년부터 경유·휘발유차는 물론 하이브리드차까지 국내 판매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스웨덴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는 일찌감치 유럽투자은행(EIB)으로부터 한화 약 737억원을 대출받아 베스레토스 지역에 배터리 생산기지를 건설했다. 최근에는 BMW와 20억유로(2조8000억원)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삼성SDI, 중국 CATL과도 경쟁하게 됐다. 아울러 국내 배터리사들의 주요 고객사인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과는 합작사를 설립했다. 폭스바겐은 노스볼트에 약 1조200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 회사를 통해 배터리셀 개발은 물론 생산까지 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현재 유럽은 전기차 시장이 성장세가 가장 가파른 지역이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등 문제가 불거지고 디젤 엔진의 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면서 유럽 각국이 내연기관에 대한 종식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조금을 늘리면서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60%가량 증가한 약 38만대로 집계됐다. 앞으로 보조금이 줄더라고 정부가 내연기관차 퇴출을 외치는 만큼 전기차 성장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사들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현재까지는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유럽 자동차 업체들과 현지 배터리 업체가 힘을 합치면 향후 경쟁에서는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개발 중인 차세대 배터리들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상용화하기에는 아직 허점이 많다"며 "이 가운데 기존 한·중·일 업체는 물론 유럽 국가들까지 시장에 진입하면서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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