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가 야심차게 내걸었던 노인지원주택이 대상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2차례 모집에도 신청자가 정원의 절반도 되지 않아 3번째 신청 접수를 준비 중이다. 사전 수요조사도 제대로 되지 않고 공급부터 하려는 발상이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와 산하 서울시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이번달 말 금천·양천구, 오는 10월 강동·동대문구에서 노인지원주택 입주자를 모집한다.
노인지원주택은 경증치매나 당뇨병 등 노인성 질환 때문에 돌봄·도움이 일상적으로 필요한 저소득 노인에게 저렴한 임대주택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정책이다. 지난 4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 발표한 바 있다. 보증금 300만원에 시세 30% 수준인 월 임대료 23만~51만원 수준으로 오는 2002년까지 총 물량 190호 중 올해 90호를 공급하며, 정책 발표 당시 강동·동대문구 지역 48호를 1차 모집할 계획이었다.
기대에 찬 시작이었지만 결과는 지지부진하다. 강동·동대문구 물량 48호 중 커뮤니티시설을 뺀 45호는 4월에 신청이 미달해 5월 다시 시도했으나 누적 지원자가 총 20명 밖에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소득 요건 초과 등의 이유로 4명이 기준에 들지 못해 16명만이 이르면 다음주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노인 복지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사전 수요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장봉석 치매케어학회장은 "사전 수요조사를 안한 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저소득층에게는 부담되는 금액이고 더 형편이 나은 노인에게도 자가나 요양원에 비해 입주할만한 유인이나 차별성이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최광필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사무국장도 "단순히 지어놨으니 오라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며 "임대료와 서비스의 입주자 개인 부담분 등을 조건으로 놓고 수요를 파악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경락 유원대 건축공학과 교수 역시 "홍보 부족이 제일 큰 요인일 것"면서도 "노인성 질환의 세부 조건이 까다로운데다, 기존 국가·서울시 노인 주택들이 저소득층 위주인데도 다시 저소득 노인주택을 만들어 신청이 저조한 것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홍보 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사전 수요조사는 필요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2일에도 보훈단체 11곳에 홍보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65세 이상으로 조건을 설정하면 대상자가 많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 수요를 따로 파악하지 않았다"며 "입주 후에는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와 산하 서울시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이번달 말 금천·양천구에서 노인지원주택 입주자를 모집한다. 사진은 양천구 돌봄SOS센터 활동 모습. 사진/양천구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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