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국내 대기업들이 소형가전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포화된 가전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기존에 사업을 영위하던 중소 업체들에서는 우려와 환영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LG 퓨리케어 듀얼 정수기. 사진/LG전자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정수기, 음식물처리기 등 기존에 중소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소형가전 시장에 진입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기존에 냉장고, 인덕션, 식기세척기 같은 대형 가전 위주로 영위하던 사업 영토를 확장하려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최근 정수기 제품 개발과 관련된 규제 샌드박스 임시허가를 얻어내고, 막판 개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더 제로'라는 상표권을 출원하고 음식물 처리기 출시도 고려하고 있다. 특허청에 기재된 상표설명·지정상품에 따르면 더 제로는 가정용 전기식 음식물 쓰레기 발효기·처리기·압착기, 미생물을 이용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음식물 쓰레기 미생물 처리기, 음식물 쓰레기 분리기 등으로 분류돼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주방 가전과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고, 보관에서 조리에 이어 처리까지 주방에서 일어나는 전 과정을 보조하는 풀 라인업을 완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이보다 앞서 각종 중소형 가전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특히 정수기 분야에서는 SK매직과 함께 업계 3위권까지 올라섰다. LG전자의 퓨리케어 정수기 라인업은 기존 업체들과 다른 '직수관' 방식을 내세우며 관리와 위생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특히 후발주자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직수관 무료 교체라는 획기적인 서비스 승부수를 내걸기도 했다.
LG전자는 미용기기 제품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대표제품인 LED 마스크 'LG 프라엘'의 경우 중소 업체 '셀리턴'과 함께 시장을 양분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LG전자는 사업 강화를 위해 제품군을 총 6개까지 확대하고, 지난해 11월 조직개편을 통해 홈뷰티기기 관련 조직을 홈뷰티사업담당으로 격상시켰다. 최근에는 '홈뷰티 연구소'를 신설하고 안전성 강화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LG 프라엘 제품 6종. 사진/LG전자
이처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이 소형 가전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대형 가전 시장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가전 업체들이 기술력 향상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신규 시장을 직접 키워나가는 것이 유효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들의 관심은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신가전' 분야에도 걸쳐있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한 발 앞서 파악하고, 직접 시장을 발굴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의 가정용 맥주제조기 'LG 홈브루'와 식물재배기 시장 진출 등이 대표적이다. 식물재배기의 경우 유럽 가전 업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이며, 국내에서는 교원그룹이 지난 2017년 '웰스팜'을 선보이고 렌탈과 결합한 상품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신발관리기 '슈드레서'와 모듈형 '와인냉장고' 등도 새롭게 부각되는 신가전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프리미엄 식물재배기 제품 이미지. 사진/LG전자
기존 중소가전 업계에서는 시장의 파이가 커진다는 관점에서 의외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수기 업계 관계자는 "중소중견 기업이 키워놓은 시장에 밥숟가락만 얹는다는 부정적인 인식도 있지만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국내 시장 파이를 키우고, 나아가 해외 시장에 한국 제품을 알리는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정수기는 제품 특성상 꾸준한 관리가 필수인데 전문적인 서비스 인력을 어떤 방식으로 꾸리고 관리해 나갈지가 중요한 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원그룹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젊은 세대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홈가드닝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고 유망한 시장으로 꼽힌다"면서 "아직까지 가정용 식물재배기 시장 자체가 카테고리화 돼있지 않고 전자 기기로서의 제품을 출시한 기업들이 거의 없는 만큼 대기업들의 진출이 시장을 키워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의 행보에 중소기업들이 영위했던 시장을 뺏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물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어느 시장이든 대기업의 진출로 한순간에 독점 체제로 바뀌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다"면서 "투자할 수 있는 자본 규모가 달라 경쟁 자체가 불가피한 구조"라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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