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2위 싸움이 본격화됐다. 강력한 2인자 SK하이닉스가 힘을 잃은 사이 3위권 기업들이 2위와의 격차를 크게 좁히며 거리를 크게 좁혔다. 시총 차이가 5~6%에 불과해 당장 오늘이라도 2인자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정오 현재 시총 2위에 올라있는
SK하이닉스(000660)의 시총은 57조1482억원으로 3위
NAVER(035420)(55조5210억원)보다 1조6272억원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상승하는 가운데서도 두 종목은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SK하이닉스의 낙폭이 조금 더 큰 탓에 둘 사이의 격차는 더욱 좁혀졌다. 지금으로서는 어느 한쪽 또는 서로 등락이 엇갈리며 5~6%만 움직이면 2위 자리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 됐다.
2위에 도전하고 있는 것은 NAVER 뿐만이 아니다. 4위
LG화학(051910)도 54조1443억원으로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2위가 아니라 3위 자리가 바뀔 수도 있다. 5위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또한 53조원대로 2위 전쟁에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다.
이렇게 시총 상위권이 혼전 양상으로 접어든 것은 SK하이닉스의 부진과 NAVER, LG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약진이 겹친 결과였다.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올해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 주가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시총은 연초 330조원대에서 300조원 밑으로 줄었다가 다시 반등했으나 이제 연초 가격을 회복한 수준이다. 6만원을 뚫지 않는 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워낙에 격차가 커서 제자리걸음을 해도 부동의 1위다.
대신 삼성전자 우선주가 크게 밀려났다. 보통주와 흐름이 같았으니 다른 종목이 치고 올라오는 사이 밀려다는 것도 당연하다. 1월말 39조원 시총에서 3월말 32조원까지 줄어도 3위를 놓치지는 않았으나, 결국 4월에 자리를 내줬다. 3월말보다 주가가 올랐지만 반등폭이 작았던 탓이다. 이후로 순위는 계속 하락해 현재 7위까지 밀려난 상태다. 한때 2인자였던 현대차가 절치부심, 올라오는 중이라 한계단 더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
3위는 또 다른 삼성그룹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물려받았다. 특히 4월말 38조원에서 5월말 41조원, 6월 51조원으로 빠르게 몸집을 불린 것이 눈에 띈다. 하지만 7월에 48조원으로 주춤하는 ‘언택트’로 약진한 NAVER에게 3위 자릴 내주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월 들어 다시 강세를 보이며 주가도 80만원 선을 돌파했으나 그 사이 LG화학까지 끼어드는 바람에 5위로 밀려났다. LG화학은 1월말보다 시총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시총 10위 안에서 2배 이상 오른 종목은 LG화학과
카카오(035720) 둘 뿐이다. 반대로 SK하이닉스는 시총이 1월말보다 감소한 유일한 종목이다.
한때 상위권을 넘보던
셀트리온(068270)도 40조원까지 시총이 늘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10조원 넘게 차이나기 때문에 당장 5위권 경쟁에 끼어들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해서 공교롭게도 반도체, 인터넷 플랫폼, 2차전지, 바이오를 대표하는 종목들이 2위 자리를 놓고 맞붙게 됐다. 더구나 하반기 업황이 서로 엇갈려 진짜 순위 싸움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인해 힘을 잃는 바람에 시총이 50조원 중반대로 내려앉은 것이 시발점이었다. 현재 4종목이 시총 50조원 이상으로 2위 SK하이닉스와 5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총 차이는 약 4조원이다. 10% 차이는 급등락 한번이면 바뀔 수 있는데다 모두 그 정도 움직일 수 있는 종목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올해 하반기 이들의 전망을 보면 실제로 순위가 역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공급 상황에서 비롯됐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재고 증가 등을 이유로 D램, 낸드플래시 가격 추정치를 모두 하향 조정하면서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추정치인 1조5000억원을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치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반도체 업황이 내년에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은 대동소이하다.
반면 NAVER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NAVER가 언택트 시대에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기업이라며 목표가 39만원을 제시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는 90개가 넘는 브랜드가 입점했으며, 하반기 중엔 홈플러스, GS리테일 등과 함게 신선식품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라인과 야후재팬 합병이 완료된 후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야후재팬의 보유현금이 힘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LG화학은 최근 SK이노베이션과의 2차전지 법정 공방에서 이기며 승기를 잡았다.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 말부터 전기차 보급에 뛰어드는 것도 큰 호재다. 여기에 본업인 석유화학이 살아날 조짐이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PVC, ABS 중심으로 수요 회복과 공급이 타이트해져 석유화학 중심으로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잠시 숨고르기 중이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검찰 수사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관련 혐의로 기소할 수 있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시총 2위 종목을 보면 당시의 증시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고 했다. 반도체, 인터넷 플랫폼, 2차전지, 바이오 중 누가 주인공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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