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시중은행 달러예금이 올 들어 20% 넘게 증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국내에서는 해외주식 투자 열풍까지 불면서 은행들이 달러예금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며 틈새시장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달러화예금 잔액은 총 479억358만달러(약 55조604억원)로 집계됐다. 올해 초 394억5900만달러 대비 21.4%나 늘었다. 다만 지난 8월 외화예금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5대 은행 달러예금도 같은 기간 498억1019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소폭 감소했다.
달러예금은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3월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5대 은행의 3월 달러예금 잔액은 전월 366억1300만달러에서 432억2200만달러로 18.1%나 급증했다. 이후 4월 440억5000만달러, 5월 449억9000만달러, 6월 455억3100만달러, 7월 457억6400만달러로 6개월 연속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 기간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35.2% 불어났다.
초저금리 기조로 인해 다른 예금상품들과 같이 달러예금 금리도 연 1%에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최근 달러화 약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달러예금 잔액이 꾸준히 증가한 건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수요가 높기 때문이란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많고 재확산에 따른 불안감도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이어졌다"며 "더구나 자산시장에 대한 기대감에서 해외주식 투자를 위한 달러 수요도 달러예금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강해지면서 달러 유동성 증가에 따른 약세 흐름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달러 수요가 늘면서 틈새시장을 노린 은행권 짠테크 이벤트들도 성행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달러예금 관련해 혜택과 편의성을 강화한 상품과 서비스들을 내놨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1달러부터 소액 투자가 가능한 '일달러 외화적금'을 선보였는데 출시 한 달여 만에 가입좌수 1만좌, 가입금액 100만달러를 돌파했다. 가입 후 1개월만 지나도 현찰 수수료 없이 달러지폐를 찾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하나은행은 내년 3월까지 연 0.1% 금리를 추가 제공한다.
신한은행도 이달 말까지 '외화체인지업예금'과 '글로벌주식 More외화예금' 고객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한다. 생애 최초 가입과 1000달러 이상 원화기반 입금 조건을 충족하면 7달러를 선착순으로 제공한다. 외화체인지업예금은 자동매매가 가능한 입출금이 자유로운 외화예금이고, 글로벌주식 More외화예금은 신한금융투자의 해외주식투자계좌를 동시에 개설해 효율적으로 외화자금 관리를 할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최근 고객이 지정한 환율에서 자동 환전해주는 'FX오토바이셀' 서비스를 모바일 앱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