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시중은행들의 가계 신용대출에서 중금리 대출 비중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가계대출은 급등세지만 중금리 대출 비중은 오히려 절반 이하로 줄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중금리 대출 취급에 신중해진 것으로 보인다.
6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8월 중 취급한 가계 신용대출에서 중금리 대출(연 4~10%) 비중은 7.6%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평균 16.9% 대비 반토막났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은 모두 8월 중금리 대출 비중이 10% 미만을 기록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중금리 대출(23.2%)이 가장 많았던 국민은행은 12.4%포인트 감소해 10.8% 비중을 보였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16.9%에서 6.4%로 10%포인트 이상 축소됐다. 그 외에 하나은행은 16.2%에서 7.9%로 줄었고 신한은행은 16.1%에서 6.8%로 감소했다. 농협은행은 12.1%에서 5.9%로 줄면서 시중은행 가운데 중금리 대출 비중이 가장 낮았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8월 사상 최대치 급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요가 저금리 대출에 몰린 탓에 중금리 비중은 쪼그라들었다.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8월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11조7000억원 급증하며 역대 처음으로 월 증가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이 5조7000억원 늘면서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 중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4%대 미만 저금리 대출 비중이 90%를 넘었다. 실제 5대 은행의 저금리 대출 비중은 8월 기준 92.3%로, 지난 6월 91.1%를 기록한 이후 석 달째 90%를 상회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 수요는 생활자금뿐 아니라 부동산과 주식 투자금 마련을 위한 수요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며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4~6등급의 중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이 줄어든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금리 대출 비중이 낮아진 건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나선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연체율이 높은 중금리 대출을 줄여 부실 대출 가능성을 막는 등 건전성 관리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추가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기에 연체율 관리가 필요한 중금리 대출 취급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저금리 영향으로 대출 금리가 낮아진 측면도 있고 소상공인 등을 위한 금융지원 상품들도 중금리 비중을 줄이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