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IBK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가 다른 시중은행들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중 신용대출 비중이 갈수록 줄어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의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하겠다던 윤종원 행장의 의지와 거꾸로 가는 행보다.
14일 은행연합회의 중소기업대출금리 공시에 따르면 기업은행이 지난 6~8월 취급한 개인사업자(소상공인)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4.9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평균 3.22%인 것과 비교하면 무려 1.69%포인트 높았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이 2.53%로 가장 낮았고 농협은행(3.29%), 국민은행(3.31%), 우리은행(3.43%), 신한은행(3.52%) 순이었다. 중소기업 대상 신용대출 금리도 기업은행이 타 은행들보다 높았다. 5대 은행이 3.07~4.16%로 평균 대출금리가 3.73%였던 반면, 기업은행은 이보다 1%포인트 높은 4.73%로 나타났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 대출 비중이 높아 평균 금리가 올라간 측면이 있다"며 "다른 은행들과 달리 최고 9.5%의 금리 상한선을 두고 신용등급이 낮은 사업자들에게도 대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6~10등급의 하위 구간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은행권 내 절반을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업은행이 정책금융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처럼 높은 금리는 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가뜩이나 대출받기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입장에선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또한 기업대출 중 고신용 기업들에 대한 대출금리는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실제 지난 8월 기준 신용등급 1~3등급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기업은행의 대출금리는 각각 2.73%, 3.45%였다. 5대 은행의 평균 금리는 같은 기간 2.48%, 2.69%를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지분이 들어있는 은행이라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기대하고 있지만, 기업은행의 자금구조는 사실상 민간은행"이라며 "정부가 따로 정책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이상, 저신용 기업대출을 늘리면 비용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고신용 대출금리도 낮추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최근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줄이고 담보 위주의 대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 받은 은행권 기업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상 신용대출 비중이 18.9%(올해 6월 기준)로 전체 은행권 평균인 25.2%를 밑돌았다. 지난 2016년 28.9%에서 매년 감소해 5년 간 10%포인트나 떨어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힘든 중소기업들을 위해 매년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과 특별 출연을 해 추가 대출 여력을 만들면서 담보부 대출이 늘어난 것"이라며 "특히 최근 코로나19 금융지원 대출이 증가하면서 보증대출 비중도 늘었다"고 해명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