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은행권 기술금융 잔액이 올 들어 30% 가까이 급증했다. 기술금융은 신용등급이나 담보는 부족하지만 보유기술을 평가해 여신을 취급하는 제도다.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기술력에 강점이 있지만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의 대출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0월 말 기준 264조5911억원으로 지난해 말 205조4834억원보다 59조1077조원(28.8%) 늘어났다. 이는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다. 누적 취급건수도 같은 기간 48만9084건에서 66만6648건으로 18만건 가량 증가했다.
주요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은 기술금융 잔액이 지난해 말 7조2927억원에서 12조1519억원으로 66.6%나 늘면서 규모가 가장 크게 증가했다. 이어 신한은행은 37.6% 증가해 36조1213억원을 기록했다. 기술금융 대출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도 지난해에 비해 27.6%나 늘면서 누적 잔액이 38조3743억원이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31조91억원, 33조4404억원으로 전년 대비 27.6%, 25.2% 증가했다.
기술금융은 그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올해 코로나 여파로 중소기업 대출수요가 증가하면서 규모가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그러면서 양적 규모가 늘어난 만큼 질적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력에 대한 신뢰할 만한 평가로 혁신기업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살려야 기술금융이 기업들의 또 다른 대출창구 역할을 벗어날 것이란 지적이다.
금융당국도 내년부터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도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기술금융 대상업종과 업무절차 등의 세부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술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으로, 기술 연관성이 높은 업종과 기업이어야 한다. 기술 기반 환경·건설업이나 벤처기업, 지식재산권 보유기업 등 기술 연관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기업 등이 해당된다.
기술력을 평가하는 인프라도 정비했다. 기술신용평가사와 은행 등 기술금융 유관기관은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기술평가 수행을 위해 전담 조직과 인력을 갖춰야 한다. 기술신용평가사들은 이해상충관계에 있는 기업의 기술을 평가할 수 없도록 했고, 기술신용평가 모형을 표준화해 평가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높일 계획이다.
은행권 기술금융 규모가 올 들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진은 서울 한 시중은행에서 기업대출 상담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