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생후 16개월 영아가 학대로 사망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의 양모가 시민단체로부터 살인 혐의로 고발됐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유아교육개혁추진시민연대, 촛불혁명완성시민연대 등 단체는 11일 정인의 양모 장모씨를 살인 혐의로, 양부 안모씨를 살인방조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정인이가 사망하기 직전 일인 2020년 10월12일 어린이집 CCTV 영상을 보면 정인이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등 이미 장기간의 학대와 폭행으로 다수의 골절과 피하 출혈, 그리고 이미 복강 내 출혈이 이미 진행돼 염증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장씨는 사건 당일인 2020년 10월13일 어린 영아인 정인이의 복부에 다시 한번 췌장이 절단될 정도의 강력한 외력을 가해 기어코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사망 당일 장씨가 정인이를 촬영한 동영상, '쿵' 소리가 들렸다는 이웃 주민의 진술, 범행 현장에 장씨 외에 외부인의 출입 흔적이 없었던 점이 증거"라며 "이러한 점만 봐도 장씨에게는 '정인이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인식이 있었고, '정인이가 죽어도 어쩔 수 없다'란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인식이 분명히 있음에도 자신의 행위를 중단하지 않고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넉넉히 인정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에 의해 확립된 판례"라며 "아울러 아동인 피해자가 부모의 폭행으로 췌장이 파열돼 사망한 다른 사건에서도 살인죄가 인정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안씨는 정인이가 자신의 처인 장씨에 의해 반년 가까이 지속해서 아동학대와 폭행을 당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나아가 어린이집 교사와 소아과 의사 등에 의한 아동학대 신고 후 경찰 조사에서 정인이의 몸에 있는 멍이 '몽고반점과 아토피'라고 거짓 진술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장씨의 아동학대 범행을 은폐하고, 묵인·방조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인이가 사망하기까지 정인이의 전신에 발생 시기가 다른 다발성 골절, 피하출혈 등의 심각한 손상이 발견됐고, 장씨로부터 정인이 학대를 암시하는 문자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안씨에 대해서는 장씨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방조한 죄책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화섭 서울양천경찰서장과 전·현직 여성청소년과장, 여성청소년계장, 아동학대 접수·처리 담당자 등 7명도 직무유기, 아동학대방조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대해 "피고발인들은 2020년 5월25일 정인이가 다니는 어린이집과 의료진에 의한 1차 신고, 2020년 6월29일 양부모 지인에 의한 2차 신고, 2020년 9월23일 제대로 걷지를 못하고 현격히 몸무게가 준 정인이를 진료한 소아과전문의에 의한 3차 신고에 대해 3차례 모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정인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인이의 몸에 다수의 멍 등이 발견됐고, 어린이집 교사와 의료진에 의한 구체적인 진술이 있었음에도 정인이를 죽인 양부모의 거짓 진술만을 믿고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직무를 태만하게 수행해 정인이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8일 김창룡 경찰청장을 직무유기, 살인방조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이 이 사건을 배당하면 이날 시민단체들이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도 함께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단체는 고발장에서 "피고발인은 이른바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2020년 5월과 6월, 9월까지 3차례에 걸쳐 피해자 여아가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것 같다는 의심 신고를 받고도 정식 수사로 전환하지 않고 내사 종결하거나 양부모와 분리조치도 하지 않은 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도록 함으로써 이 사건의 피해자가 결국 마지막 신고 20일 뒤인 2020년 10월13일쯤 양부모에 의해 사망에 이르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학대를 받아 숨진 것으로 알려진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재판을 이틀 앞둔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이 살인죄 처벌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