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만나기로 하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소 두 차례 만날 것을 공언한 가운데 윤석열 총장의 의견을 반영하는 정도에 따라 전임인 추미애 전 장관의 인사와는 다른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장관은 검찰 간부 인사를 논의하기 위해 이르면 이번 주 윤 총장을 만나 의견을 들을 방침이다.
앞서 추 전 장관이 취임한 지 엿새 만에 단행된 지난해 1월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는 '법무부가 검찰에 막연하게 먼저 인사안을 요청했다', '검찰이 제3의 장소에서 인사 면담을 요청했다'는 등의 의견 대립 끝에 사실상 검찰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인사가 이뤄졌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인사에서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각각 전보됐다. 이들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차장검사로 함께 근무하는 등 최측근으로 불린 인물이며, 대검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 울산시장 선거 개입 수사를 각각 지휘했다.
지난해 8월 추 전 장관 취임 후 두 번째로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는 법무부 검찰과장이 대검에, 대검 정책기획과장이 법무부에 방문해 의견을 전달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여전히 검찰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인사 때 법무부 검찰국장에서 전보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하반기 인사에서 자리를 지켰다. 윤 총장의 의견 수렴 후 단행되는 이번 인사에서는 이성윤 지검장에 대해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지난해 1월23일 윤 총장의 지시로 이 지검장의 승인 없이 최강욱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한 사건과 이후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이른바 '검언 유착' 사건 등 주요 사건 과정에서는 물론 윤 총장의 직무 정지 당시 이 지검장이 성명에서 빠지는 등 이 지검장은 줄곧 윤 총장과 대립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지검장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출국금지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관한 수사 대상자이기도 하다.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역임했으며, 이에 대해 허위공문서작성, 직권남용 등 혐의로 보수단체로부터 고발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는 지난 2019년 4월부터 7월까지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 측에 출금 정보가 유출된 의혹에 대해 수사할 당시 대검 반부패부에서 근무했던 A검사를 최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에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의혹 사건은 검찰 인사를 앞두고 타깃이 정해진 수사로 보인다"며 "소위 주류를 등에 업고 주류와 반대되는 세력을 치겠다는, 사실상 라인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예방하기 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