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올 들어 국내 주식을 9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국민연금이 포함된 연기금의 앞으로 추가 매도 여력은 11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증시 상승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모습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일 현재까지 기관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18조8809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기관이 순매수한 날은 단 4거래일에 불과하다. 기관 순매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투자 주체는 연기금이다. 연기금 순매도액만 9조5739억원으로 기관 순매도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기관투자자는 일반적으로 증시 반등 이후 과열 단계일때 주식 비중을 조정하기 위해 매도 물량을 내놓는다. 반대로 증시가 조정기에 접어들었을 땐 대량 매수에 나서면서 반등을 이끌기도 한다.
그러나 올 들어 기관은 단기조정 기간에도 매도세로 일관했다. 특히 연기금의 연속 순매도는 지난해 12월24일부터 29거래일째 이어지고 있다. 역대 최장 연속 순매도 기록이다.
기관 순매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기금의 순매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증시가 급등한 만큼 연기금의 자산에서 국내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연기금은 지난 2018년 결정한 해외주식 비중 확대 계획에 따라 국내주식 비중을 16.8%까지 축소할 예정인데, 작년 11월말 기준 국내 주식 비중은 19.6%다. 그간 국내주식의 주가 상승분을 제외해도 2.8%포인트를 줄여야 한다.
연기금의 자산 운용규모는 807조3000억원 가량으로 작년 11월부터 연기금이 줄여야할 국내주식 규모는 22조6044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연기금이 순매도한 금액은 11조3850억으로 앞으로도 11조원 이상을 더 팔아야하는 셈이다. 주가가 오르면 연기금의 매도세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수급간 불균형이 장기화될 경우 코스피가 다시 급락할 수 있다며 연기금이 자산배분을 시장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이 차익실현과 국내주식 비중을 축소 등의 이유로 장기간 매도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흐름이 단기에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이 지수를 받쳐주고 있지만 추세가 지속될 경우 기관 자금이 유입될 때까지 시장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 본부.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