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가운데 산업계가 과징금 기준 상향과 관련해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침해한다며 반발했다. 관련 서비스 매출의 3% 이내에서 전체 매출의 3%로 과징금을 확대하는 것은 과하다는 주장이다. 개인정보위는 반복·의도적 침해행위에 부과하는 것이며, 경감 기준 역시 마련할 계획이라 해명했다.
8일 열린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 온라인 공청회에 참석한 대·중소기업의 관계자들은 개정안에 포함된 과징금 상향 기준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며 기준 완화를 요청했다. 김현종 삼성전자 상무는 "행정벌도 법상 비례의 원칙에 따라 엄격히 준수돼야 하는데 전체 매출의 (과징금) 기준이 모호하다"며 "국내 공정거래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은 관련 매출로 제한하고 있다. 다른 법률과 비교했을 때 전체 매출로 과징금을 규정하는 것이 합리적 기준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8일 열린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 온라인 공청회'의 참석자들이 지정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개인정보위
개인정보위는 이번 개정을 통해 개인 형벌 중심의 제재를 경제제재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기업 투자를 촉진한다는 취지로, 과징금 부과기준을 위반 관련 매출의 3% 이하에서 전체 매출의 3% 이하로 상향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 개인정보보호법(EU GDPR) 역시 2000만 유로 또는 전세계 총 매출의 4% 중 높은 금액을 과징금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경상 대한상의 본부장은 "EU GDPR의 과징금 기준 설정 배경에는 미국 IT 기업 견제 목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인정보법 개정안에는 관련 매출로 하고 미흡할 시 관련 매출 기준을 높이는 등 합리적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산업계 요구에 개인정보위는 과징금 부과는 반복·의도적 침해행위에 부과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이와 함께 경감 규정도 포함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병남 개인정보위 개인정보보호 정책과장은 "개인정보보호 위반 관련 매출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기술적으로 어려움 점도 있다"며 "반복·의도적 침해 행위로 경제적으로 이득을 취한 사업자에 전체 매출의 3%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경감 규정도 둘 것"이라며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병남 개인정보위 개인정보보호정책과장이 8일 열린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 온라인 공청회'에서 법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개인정보위
이번 공청회에서는 기업·기관의 자율보호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근거 조항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개정안에는 자율규제단체 지정 및 행정·기술·재정적 지원 근거와 더불어 정부와의 소통창구 역할을 할 '자율규제단체 연합회'의 설립에 대한 근거가 포함돼 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대표는 "연합회 지원 근거를 굳이 개인정보법에 둘 필요가 있나 의문"이라면서 "자율규제가 되려면 독립성 요건을 두고 실제 감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행 조치를 포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형덕 중소기업중앙회 실장은 "자율규제를 이유로 불필요한 현장조사나 서류 조사의 부담을 방지할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