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에 패하면서 국내 2차전지 생산업체 3사의 주가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대 10년간 미국시장 내 배터리 생산이 금지될 위기에 처하면서 시장의 예상대로 급락했다. 반면 글로벌 2차전지 생산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LG화학과 삼성SDI의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 주가는 전일 대비 1만2500원(4.22%) 하락한 28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이노베이션은 개장 직후 주가가 9.61%나 빠지면서 26만800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이 같이 배터리 3사의 주가가 엇갈린 것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영업비밀침해 소송 최종 결정에서 LG의 손을 들어준 영향이다.
ITC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 최종 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에 대해 미국 내에서의 판매 및 영업 활동을 10년간 금지할 것을 명령했다. 이미 수입된 제품은 판매나 앞으로의 생산·수입까지 막은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납품받아 전기차를 만들 계획이던 폭스바겐과 포드에 대해 각각 2년, 4년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최종 패소로 SK이노베이션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1, 2공장을 건설 중으로, 1공장에서는 폭스바겐에 공급할 배터리를, 2공장에선 포드에 공급할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었다. 공장 건설에 투자한 금액만 해도 3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조지아주 공장 가동도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반면 LG화학과 삼성SDI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 입장에선 ITC의 이번 결정으로 포드와 폭스바겐의 향후 배터리 공급 업체 선정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글로벌 배터리 산업에서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됐다.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증권가 투자 전략은 엇갈리고 있다. 향후 불확실성을 감안한 보수적 시선과 주가 조정 시 추가 매수 기회라는 긍정적 시선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현시점에서 소송이 장기화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향후 합의금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는 만큼 소송이 마무리 될 때까지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도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예상했던 결과지만 향후 합의금 규모에 따라 재무 및 신용등급 변동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합의가 지연된다면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 증가와 수주 약화로 사업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반면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은 주가 하락 시 매수 기회로 삼을 것을 추천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선 일부 투자자들의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단기적인 우려일 뿐 중장기 사업의 영속성에 대한 우려는 제한적”이라며 “올해 자회사 상장, 기존 사업 매각 등으로 유입될 현금으로 합의안 도출도 가능할 전망으로 주가 조정 시 매수기회로 삼길 추천한다”고 밝혔다.
한편 ITC의 최종결정은 바이든 대통령이 60일 이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시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증권가에선 양사가 결국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LG측은 그동안 3조원 안팎의 보상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조지아주 제1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