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
'공공재가 불건전하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들리겠으나 우리나라 부동산은 오래전부터 사유재의 성격을 벗어나 공공재로 바뀌었다. 공공재를 관리하려면 정부와 사회구성원들의 신뢰와 협동 그리고 관리역량이 필요하다. 이른바 '공공주도' 택지공급과 아파트 건설을 둘러싸고 최근에 빚어진 탈법 사태는 아쉽게도 이러한 조건들이 갖춰지지 아니하여 공공재가 투기 대상으로 변모하는 불건전함을 보여준다. 어찌하여 이 지경이 되었을까? 해법은 없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20년 신년사에서 "집값을 취임 초기 수준으로 되돌려 놓겠다", "경기 부양을 위하여 부동산 정책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무섭게 오르는 집값을 잡겠다는 맥락에서 임대차 3법인 주택임대차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과 부동산거래신고법(전월세신고제)이 소급 적용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세상은 집주인 대 세입자로 양분되었다. 어느 쪽이 우세한가는 여론조사와 선거에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임기 말과 선거들이 다가오면서 공급중심 부동산정책 기조가 변하였다.
관계부처와 서울시는 지난달 4일 합동으로 2025년까지 서울 32만호(분당 신도시 3개 규모)와 전국 83만호 주택 부지를 추가 공급하는 이른바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2·4대책)을 발표하였다. '공공주도'란 공공이 지구지정을 통하여 부지를 확보하고, 양질의 주택과 함께 도시기능 재구조화를 위한 거점조성을 동시에 추진하는 사업이다. 83만호 중 약 57만호는 도심내 신규 사업을 통하여 그리고 약 26만호는 신규 공공택지 지정 등을 통하여 확보한다. 정부는 입지요건 검증 및 GIS 분석을 통하여 사업이 가능한 부지들을 확인하고, 주민참여율을 근거로 공급물량을 산출하였으며 신속경로(패스트트랙)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에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등 자사의 사업계획과 연관 있는 광명·시흥 지역에 집단적으로 투기한 의혹이 폭로되었다. 막강한 수사권을 가진 검찰·경찰이 권력투쟁에 여념이 없는 사이에 국세청도 아닌 NGO와 민변이 비리를 폭로하였다. 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을 보면 정보통신 발달로 세상이 투명해졌고 수사가 성역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민망스러운 엄정대처가 하명되었으나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다.
LH 땅투기와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는 일벌백계 차원에서 불공정·시장교란에 무관용을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국토교통부를 물리치고 총대를 맸다. 이런 비리는 불공정·시장교란이 아니라 범죄다.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매입은 택지개발을 둘러싼 부패구조에 기인한다. 전수조사―일벌백계―가중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빈대를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도 없다. 어중간한 중도(中道)나 일도양단이 아닌 중용(中庸)의 묘가 아쉽다.
LH 직원들의 부조리는 빙산의 일각이든 아니든 제도를 잘못 설계한 탓이다. 사냥터를 제일 잘 아는 이는 수렵인(사냥꾼)이다. 그래서 사냥꾼에게 사냥터지기를 맡긴다. 그러나 이 경우 '신분의 혼동'으로 인하여 감시자가 없어진다. 누구를 탓하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제도 자체가 잘못되었다. 별도의 사냥터지기가 필요하다. 선수가 심판을 맡는 신분혼동(내부자거래) 구조를 고쳐야 한다. 시스템을 고치려면 '술래와 술래잡기' 이론에 따라 사업조직인 LH를 전부 감시할 것이 아니라, 분할하여 소규모 계획기구를 만들고 그들만을 감시·견제해야 한다.
주택임대차 제도도 수술이 필요하다. 정부는 임대사업자 제도를 축소하면서 공급자의 역할을 강화하였지만, 시장의 속성과 규제의 한계에 주목하지 못하였다. 주택을 사고팔거나 임대차하는 과정에 정부(규제)가 깊숙이 개입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극도로 경직되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재정확대와 달러화 등 기축통화의 팽창으로 국제적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시중 유동성이 넘쳐나지만,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는 현상은 부동산 시장체계의 경직성에도 기인한다. 소유자들이 자기 집을 적기에 팔거나 임대하지 못하고 세입자가 되어 규제를 피하는 경직성으로 말미암아 빚어지는 '임대차인' 신분혼동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이 신뢰할만하여 의지하였던 바는 아니다. 시장에 대한 규제가 촘촘할수록 규제자는 완벽한 감시와 관리 체계를 구비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축소되면 정부기구가 커지고 행정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규제가 극대화되면 시장경제는 계획경제로 바뀐다. 우리 부동산은 공공재가 되었음에도 작금 불완전한 세제, 선분양제, 시세차익 유인구조 그리고 경직된 임대차 3법 등으로 말미암아 건전하지 못하다. 무엇보다 세제 개선과 함께 우발적 시세차익을 해소시켜야 한다. 선분양제를 폐지하는 수요공급 법칙을 외면하는 주택 매매 및 임대차 규제의 경직성을 고쳐야 한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doctorch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