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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은행·증권·건설, 유동성 파티 뒤늦게 탑승
‘유동성 수혜주’ 명성 무색…이제부터 저력 나오나
입력 : 2021-03-16 오후 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전통적인 유동성 수혜주로 알려진 은행, 증권, 건설주가 들썩이고 있다. 오랜 기간 소외돼 있던 설움을 떨쳐낼지 주목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은행주들은 이달 들어 시장 평균에 비해 월등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은행지수는 지난달 말 177.24에서 15일 현재 193.12로 8.9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09% 오른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증권과 건설업 지수 또한 각각 4.46%, 5.19% 올라 두각을 나타냈다. 
 
은행과 증권, 건설업은 시중에 돈이 넘쳐나면 주가가 오른다는 전통적인 유동성 수혜주로 분류된다. 시중에 풀린 돈으로 기업과 가계가 대출을 받아 투자를 늘리고 집을 사면 돈을 빌려준 은행의 실적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유동성이 증시로도 흘러들어올 경우엔 주가를 띄워 활황장이 펼쳐지며 증권사들도 웃을 수 있다. 이런 시기엔 집값도 뛰기 마련, 수요 증가에 공급이 늘면 건설 일감도 많아져 건설사들도 수혜를 얻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각 섹터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졌고 은행, 증권사, 건설사들도 업황 개선에 실적이 증가했다. 
 
하지만 주가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했다. 은행, 증권, 건설 대신 성장주들이 유동성 증가의 수혜를 누렸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으로 풀린 글로벌 유동성은 전통적인 수혜주 3대장을 찾는 대신 온라인 기반 커머스 업체들과 전기차, 바이오, 게임 등 성장 섹터에 쏠려 돈의 힘으로 주가를 밀어 올렸다. 주가가 오르자 신규 투자자들이 증시에 유입돼 이들의 주가를 더 띄우는 유동성 랠리가 펼쳐졌다. 지난해 증시에 첫 입문한 ‘주린이’에겐 이것이 당연해 은행, 증권, 건설을 왜 유동성 수혜주라고 부르는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증시에 변화가 생기면서 이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코로나 팬데믹을 털어내고 정상화된 이후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4분기 이후의 주가를 살펴보자. 
 
당시 상승을 주도한 업종은 반도체, 2차전지 등 성장주들이었다. 이때 은행, 증권, 건설은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했으나 업종별 지수 등락률을 보면 코스피에 뒤처지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표 참조> 
10월 들어 코스피가 조정하는 동안 은행과 건설이 달렸고 11월엔 함께 올랐으며, 은행과 증권이 뒤쳐진 12월에도 건설은 시장을 앞질렀다. 4분기엔 코스피가 26% 넘게 오르는 동안 은행은 8.15%, 증권은 16.16%로 조금 뒤쳐졌으나 건설이 24%로 견조했다. 
 
올해도 1월까지는 코스피가 세 업종을 압도했다. 코스피가 3.58% 오를 때 은행은 10%가량 뒷걸음질했고 증권과 건설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하지만 2월부터 변화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은행이 달리기 시작했다. 3월에 들어서는 세 업종 모두 코스피를 크게 앞서나가는 중이다. 1월에 뒤졌던 성적을 만회해 연초 이후 등락률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은행, 증권, 건설주들이 본격적인 상승을 시작한 것인지, 기존 주도주들이 잠시 조정을 거쳐 다시 격차를 벌릴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은행을 필두로 단기흐름이 변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엔 유동성 외에 각자 다른 이유가 있다. 은행주의 경우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추가 동력원이 됐다. 
 
금리 상승기엔 은행, 보험 등 금융주가 수혜를 받는다. 은행 등은 금리가 오를 때 대출금리를 먼저 인상하고 수신금리는 나중에 올리며 순이자마진(NIM)을 키운다. 현재 대출금리의 기초가 되는 코픽스(COFIX) 금리는 아직 저점에 머물러 있으나 대출금리는 수개월 동안 꾸준히 상승했다. 
 
대출 증가세도 꾸준하다. 지난 2월말 은행의 가계대출잔액은 사상 최초로 1000조원을 돌파, 1003조원을 기록했다. 2월에만 6조7000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기준을 대출자 개인에게 차등 적용해 대출을 억제하는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이 대책이 은행의 가계대출 성장률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NIM 부문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일 국내 주식을 내다 팔고 있는 외국인과 연기금도 은행주는 매수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미국 최대 운용사 블랙록이 2014년 이후 7년만에 KB금융 지분을 늘린 것도 특징적이다.  
 
하나금융투자는 금리 상승기에 은행주들에 대한 본격적인 재평가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직접 매수할 수 있는 은행주는 기업은행과 제주은행 단 두 종목밖에 없다. 은행을 상장폐지시키고 그 대신 은행을 품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을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지주 안에서 은행의 비중이 월등하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고 은행 상장지수펀드(ETF)들도 이들을 모두 편입하고 있지만, 보험, 신용카드,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계열사들도 함께 금융지주의 주가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알고 있어야 한다.
 
은행이 지금 주목을 받고 있다면 증권주는 정점을 지난 것으로 평가된다. 동학개미, 서학개미 열풍에 기업공개(IPO) 등이 많았던 지난해 증권사들은 사상최대 이익을 올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7개 증권사의 2020년 잠정 순이익은 5조9148억원으로 전년 4조8945억원보다 1조203억원(20.8%) 증가했다. 덕분에 주가도 많이 올랐다. 올해에도 분위기는 좋지만 작년만큼 활황일 거라고 예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에 비해 건설주들은 기대감이 커 보인다. 단기적으론 분양시장의 견조한 성장, 장기적으론 신도시 건설 등 시장과 일감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일단 2019년과 2020년 주택 분양이 증가했다. 지난해 주택인허가 물량이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정부가 공급 확대 기조로 돌아선 만큼 분위기도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4월에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각 당 후보들도 공급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야당 후보인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모두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로 민간이 주도하는 정비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내건 점이 주목된다. 용적률 완화 방침도 밝혔다. 오세훈 후보는 서울시장 재임시절 한강르네상스를 이끌던 인물이다. 그의 공약에는 한강변 아파트 35층 제한을 없애겠다는 공약도 포함돼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한 점도 건설사들에겐 호재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시세는 지난해말 배럴당 50달러를 밑돌았으나 현재 65달러대까지 올라왔다. 유가가 오르면 중동 산유국들의 재정이 개선돼 새로운 사업 발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도 여전히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가 높아 공격적으로 제시된 분양계획들 도 무난하게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견조한 실적과 분양, 정비사업 기대감 상승과 유가 회복에 따른 펀더멘털 개선 등을 이유로 건설주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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