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의 쌍끌이 매도로 코스피는 17일 하락 마감했다. 전날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연기금 등 기관의 수급에 따라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 보다는 미국 국채금리 등 금리 상황과 경기 변화를 주시해야한다고 조언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16일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던 연기금이 3거래일 만에 매도 전환했다. 지난해 12월24일부터 지난 12일까지 51거래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오던 연기금이 순매수에 나서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커진 바 있다.
국내증시가 3200선을 돌파한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연기금의 순매수 종목들이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만큼, 연기금의 자금이 유입될 경우 코스피가 전고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선 연기금의 매도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기금의 주축인 국민연금이 올해 자산 운용 계획을 맞추기 위해선 앞으로도 매도세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올해 운용자금 중 국내 주식 비중을 16.8%로 제시했는데, 지난해 국내 증시가 크게 오르며 비중이 21.2%까지 올랐다. 국민연금의 자산 운용 계획에 변화가 없다면 당분간 매도세가 지속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관의 단기적인 수급에 주목하기 보단 FOMC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앞두고 금리 인상 여부와 경기 회복 정도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8일 새벽 3시경 FOMC 통화정책회의 성명 발표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진행될 예정인데,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끝내는 시점에 대한 힌트가 나올 수 있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현 수준의 통화정책을 유지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다소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미국의 장기 성장률과 점도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이 익명으로 제출한 기준금리 전망으로, 경제전망과 함께 발표된다. 직전(지난해 12월) 점도표에선 2022년과 2023년 인상 전망이 각각 1명, 5명에 불과했다. FOMC 대다수가 당분간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경제전망 역시 2021~2022년 과 달리 2023년 전망은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다. 연준이 아직 장기적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김 연구원은 “이번 3월 FOMC에서 2023년과 장기 성장률 전망이 상향되고 점도표 상단값이 동반 상승한다면 연준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가 높아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바이든 정부의 추가 경기 부양책과 백신 접종 등으로 미국 경기 회복세도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기금 순매수로 개인투자자들이 연기금의 추세변화를 기대하고 있으나 연기금 자금운용 계획상 ‘반짝’ 순매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 기관의 수급 변화보단 국내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국 FOMC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FOMC 통화정책회의 성명 발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