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한 달 동안 더 파는 거냐"는 불안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목표비중 유지규칙(리밸런싱) 변경이 이뤄지면 연기금의 기계적 매도 물량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에선 국민연금이 글로벌 국가 대비 주식 비중이 여전히 높다며 앞으로 10조원 가량 더 팔아야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해 12월24일부터 이날까지 단 2거래일을 제외하고 국내 주식을 연이어 순매도(약 16조원)했다.
연기금 매도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자산배분 비율이다.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율은 16.8%인데, 지난해 말부터 국내 주식이 급등하면서 국내 주식 비중이 21.2%까지 올라갔다. 국민연금은 자산배분 비율을 맞추기 위해 매도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당초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리밸런싱 검토안으로 국민연금이 매도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기대한 바 있다. 리밸런싱 검토안의 핵심은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에서 자산별 목표 수익률을 설정하는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현행 ±2%포인트에서 최대 ±3.5%포인트로 늘리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20% 초반대로 추정되고 있는데, 현행 허용범위에선 국민연금의 전체 운용기금 중 14.8~18.8%까지만 국내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만약 SAA 허용범위를 ±3.5%포인트까지 늘릴 경우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을 최대 20.3%까지 보유 할 수 있다.
SAA 허용범위가 확대될 경우 연기금의 매도세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1~3월 대규모 순매도를 진행했고, 국내 증시 조정도 맞물리며 비중 축소 필요성도 감소했을 것이란 판단이다.
김다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AA 허용범위 상단이 상향 조정될 경우 연기금 자금 이탈 속도는 조절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연기금 누적 순매도 금액을 감안하면 추가 매도 금액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비중이 이미 지나치게 높다며 올해 자산비중을 맞추기 위해 10조원 이상을 더 팔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2025년 국내주식 비중을 15%까지 낮출 계획인데, 글로벌 시장과 비교할 경우 15%도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라며 “연기금이 올해 자산비중을 맞추려면 총 26조원 가량을 팔아야하는데 앞으로도 10조원은 더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관계자들이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국내주식 과매도 규탄'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