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세계 최대 반도체회사인 인텔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삼성전자 주주들이 긴장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부족으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2개월째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실적이 발표되는 4월 이후에는 주가 반등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삼성전자(005930) 주가는 0.37% 오른 8만1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연중 최저치에 근접한 가격으로 삼성전자 올해 최저 주가는 지난 10일 8만900원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월11일 장중 역대 최고치(9만6800원)를 기록한 이후 지속 하락세다. 이날까지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고점 대비 15.80% 빠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으로 올해들어 전일까지 개인의 순매수 금액은 15조3271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조3290억원, 9조3237억원을 순매도 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9만원 초반일 때 가장 많은 금액을 순매수했는데, 삼성전자 주가가 최고치를 찍은 1월11일에만 1조7490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개인투자자들이 15조원 넘게 순매수하고 있지만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진출과 기업 총수의 부재 등이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인텔은 지난 23일 대만 한국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도 진출하겠다고 밝혔는데,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이 삼성전자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파운드리 시장은 업계 1, 2위인 TSMC와 삼성전자가 장악하고 있는데, 경쟁자가 등장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정적이란 판단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 TSMC가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56%)을 장악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18%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시장 점유율뿐 아니라 동일 공정 기준 원가, 수율, 용량(Density) 등 측면에서 TSMC 대비 열위에 있는 상황이라 TSMC보다 삼성전자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인텔은 지난 2016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다가 2018년 철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재진출은 반도체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 정부에도 긍정적인 상황이다. 당장 삼성전자는 미국으로부터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어달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는 향후 4차 산업의 핵심 기반인 반도체 부문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미국은 반도체 설비 부문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는데 향후 고성장이 확실한 파운드리 부문까지 인텔이 점유율을 높인다면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의 방향을 결정할 총수가 부재하다는 점도 변수다. 삼성전자 역시 파운드리 사업을 위한 추가 투자 이어가야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의사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유지하며 주가 반등에 대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수급 개선으로 인한 D램 가격 상승이 실적에 기여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메모리 가격이 2021년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