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대기 자금이 암호화폐로 집중되는 모양새다. 암호화폐 거래소 일 평균 거래대금은 코스피의 2배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 5일까지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13조4962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26조4778억원 대비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코스피 2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조원대, 3월은 15조원대였다.
개인의 순매수 강도도 줄어들고 있다. 올해 1월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2조원대 역대급 순매수를 보였으나, 2월 8조원대로 급감했다. 4월 들어서는 1조원대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 거래대금이 급감한 반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거래대금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암호화폐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6일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24시간 거래액은 25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1~2월 일 평균 거래대금(약 7조원)의 3.5배에 달하며, 이달 일 평균 코스피 거래대금을 2배가량 웃도는 금액이다.
암호화폐 앱 이용자 수도 크게 늘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가상화폐 앱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암호화폐 앱 월 이용자 수는 지난해 10월 107만8762명에서 지난 2월 312만3206명으로 189% 늘었다.
이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때 위험투자군으로 분류된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및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골드만삭스는 2분기부터 비트코인을 투자자들에게 소개할 예정이고, 점차적으로 다양한 암호화폐의 제공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암호화폐 가격 여부를 떠나 암호화폐의 일상생활 활용도가 확대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암호화폐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7700만원선을 넘어섰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1220조원를 웃돌고 있다. 이는 세계 시총 5위 기업인 구글의 기업 가치(알파벳 A+C) 1600조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시총 6위 기업은 중국의 텐센트로 910조원이다.
비트코인 상승 랠리에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은 해외 거래소 대비 약 1000만원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데,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투기 과열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과열되면서 국내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은 해외보다 16%가량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며 “특히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들의 가격 펌핑이 심해지고 있는데, 급격한 가격조정이 일어날 경우 국내 거래가격이 해외 거래가격보다 낮아지는 역프리미엄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홍콩 비트코인 ATM 옆에 전시돼있는 비트코인.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