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대 직장인 A씨는 장외주식 거래소를 통해 카카오뱅크 비상장 주식 30주를 구매했다. A씨가 카카오뱅크의 장외주식을 매수한 것은 상장 이후 대박을 칠 수 있겠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기업공개(IPO) 대어라고 꼽힌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가 상장 직후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상장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이 상장 직후 ‘따상’(공모가 대비 두 배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하면서 투자 열기는 비상장 주식시장으로 옮겨붙었다.
공모주 일반 청약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는 물량은 극히 소량에 불과하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아도 공모주를 받기 힘들다는 판단에 개미들은 장외 주식시장에 몰렸다.
장외주식 거래소 증권플러스에 따르면 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인 크래프톤의 경우 지난달 16일 196만5000원이던 기준가는 액면분할 소식 이후 5거래일 만에 276만원까지 오르며 40%급등했고,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켓컬리는 미국 상장 검토 소식에 5거래일 동안 기준가가 101% 급등했다.
장외주식 과열은 비상장주식 거래소의 호가에서도 확인된다. 장외주식은 금융투자협회의 비상장주식 거래 시스템 ‘K-OTC’이나 피스탁, 38커뮤니케이션, 서울거래소 비상장, 증권플러스 등을 이용해 거래하게 된다. 비상장주식의 경우 유통되는 물량이 매우 적은데, 최근 일부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같은 종목임에도 거래소마다 호가가 재각각인 경우가 더러 발생하고 있다.
비상장주식의 장외가격 급등은 상장시 해당 기업의 공모가가 부풀려질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앞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SK바이오사이언스도 고평가 논란이 있었다.
최근 장외시장에서 비상장주식 몸값이 치솟고 있는 기업들도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진 않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총발행주식수 기준 시가총액(장외가격 8만3000원)이 33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12위인 포스코(29조원)보다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비상장주식 투자를 할 때 상장기업과의 시가총액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비상장주식은 기업 정보가 제한적인데 거래도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주가가 실적에 비해 고평가되기도 쉽다.
국내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비상장 주식 종목수는 1만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상장에 성공하는 기업은 매년 1%에도 미치지 못하며, 상장 대박 기록을 쓰는 기업은 다시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만 분의 일 확률과 내 소중한 자산을 맞바꾸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증권부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