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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당권 두고 '중진'과 '신예' 충돌…인물 교체가 변화의 전제
입력 : 2021-05-20 오후 6:03:22
'국민의힘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일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문장의 농도가 점점 짙어지는 모양새다. 내년 대선을 책임지고 이끌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혁신과 외연 확장을 동시에 달성해야 그것이 가능한 현실 앞에서, 이른바 '올드보이'들이 당권에 도전하고 있다.
 
김웅, 김은혜, 이준석 등 당 내 '젊은 피'들은 변화를 강조하면서 당 중진 출신 대표를 반대하고 있다. 물론 중진들은 경륜이 변호와 혁신의 부정이 아니라고 반발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중진들은 기득권이고 개혁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로 보인다.
 
언론에서는 작금의 초선들이 돌풍을 과거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에 빗대어 말하고, 열린우리당의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을 소환하기도한다. 이들은 이제 정치사 속에서 더듬어야 발견할 수 있는 인물들이 되었지만 한때는 '소장파'와 '개혁'의 아이콘이었다.
 
이런 과거의 경험에서 보듯, 정치에 있어 당의 개혁은 인물 교체가 전제된다. 성공에 대한 평가는 그다음의 문제다. 나이와 경험 때문에 물러나야 하는 사람들은 억울할 수 있지만, 국민들은 당의 변화를 새롭고 참신한 인물의 등장에서 체감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못하고 물러나야 할 때를 거부하는 경우에 돌아오는 것은 '노추'(老醜)라는 치욕적인 언사다.
 
박범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은교’에 미국 시인 시어도어 로스케가 쓴 인상적인 구절이 나온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최근 개혁 시류에 휩쓸려 강제로 자리를 내줄 위기에 몰린 정치인들의 마음이 이럴 것이다. 대신 노자의 이 말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공수신퇴 천지도(功遂身退 天之道)'. '공을 세웠으면 몸이 물러나는 게 하늘의 도리'라는 의미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
문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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