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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수에즈 선박 좌초는 운전미숙 선장 탓"
강풍속 과속해 선박 좌초…선박측 "통제센터 대응 적절치 못해" 반박
입력 : 2021-05-31 오후 6:20:26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수에즈 운하 당국이 지난 3월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됐던 화물선 에버기븐호 사고 원인이 “선장의 운전 미숙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수에즈운하관리청(SCA·수에즈운하청)의 수석 조사관인 사예드 세이샤가 “사고를 낸 컨테이너 화물선 에버기븐호가 운하의 제방에 걸리기 전 좌우로 급격히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근거로 그는 “선장이 평형을 복원하려고 시도하기 전 12분 동안 8차례나 지시를 내렸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이날 수에즈운하청에서 기자들에게 “운하청이 사고원인에 대한 조사의 결론을 내렸다”며 선장의 과실에 의한 사고라고 했다. 그는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로 들어서면서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중심을 잡기 위해 후진하려 했으며 선박의 반응이 너무 느리자 선장이 배의 속도를 올렸고 이에 배가 다시 왼쪽으로 치우쳐졌다고 말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배가 좌우로 흔들리다 운하 둑에 좌초됐다는 것이다. 선장이 선박 방향을 지나치게 크게 바꾼 탓이란 얘기다.
 
지난 3월29일(현지시간)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 좌초된 초대형 컨테이너선박 에버기븐호를 예인선이 끌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6일에도 수에즈운하청의 청장 오사마 라비는 로이터 통신에 “사고 원인은 과속과 선박의 방향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 선박이 좌초되기 전 시속 25㎞로 운항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운하 내에서 좁은 남쪽 구간에서의 적정 운항 속도인 시속 8~9㎞를 훨씬 뛰어넘는 속도다. 오사마 라비는 “그런 속력은 아주 빠른 것이고 방향타도 수평이 아니었다”며 “많은 기술적 결함이 있었고 그중에서도 방향타의 크기가 그 배의 크기에 비해 적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집트 당국은 사고 뒤 이 선박을 압류해 피해배상 청구 재판을 열고 있다. 배상액은 5억5000만달러(약 6127억원)를 요구하고 있다. 재판의 관건은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느냐다. 이집트 정부는 사고로 인해 하루에 약 158억원씩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반면 에버기븐호의 소유주인 일본 ‘쇼에이기센’ 쪽은 이집트 법정에서 당시 날씨가 좋지 않았음에도 선박의 수로 진입을 허용한 것이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쇼에이기센은 운하청의 수로 안내인과 통제센터 사이에서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오사마 라비 청장은 “선장이 그 배의 성능에 대해 알고 있다”며 “그래서 그가 와서 ‘진입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날씨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선장이 날씨 상황을 보고 운하 진입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에버기븐호는 지난 3월23일 거센 바람 속에서 운하에 진입했다가 좌초됐다. 이 사고로 일주일 동안 운하 통행이 막히면서 전 세계적인 물류 대란이 벌어졌었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조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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