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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전 음모론 치부했는데…코로나19 우한 기원설 전방위 확산
바이든 정부, 기원설 재조사 방침…중국은 "미국 음모"라며 반발…"수년간 정치적 논쟁거리될 것"
입력 : 2021-06-01 오후 3:21:17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한때 음모론으로 치부됐던 ‘코로나19 중국 기원설’이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등 서방국가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까지 재조사를 천명했지만 일각에서는 결국 수년간 입증하지 못한채 정치적 논쟁거리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 우한 기원설이 정치 선전에 활용되기 위해 재부상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발병이 보고되기 전 우한바이러스 연구소 연구원 3명이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아팠다는 정부의 비공개 보고서가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WSJ은 “코로나를 연구하는 동일한 팀의 구성원이 코로나 대유행 확인 전 비슷한 증상으로 병원에 갔다면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며 코로나가 중국에서 시작됐을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재조사를 지시하며 ‘코로나 중국기원설’에 주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백악관 성명에서 "코로나19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과 인간이 접촉해 발생한 것인지, 혹은 실험실 사고에서 발생한 것인지" 추가 후속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임시 병원에서 의료진이 잠시 의자에 앉아 있다.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우한에서 처음으로 공식 보고됐다. 사진/뉴시스
 
코로나가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주장이었다.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우한의 한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높은 신뢰를 주는 증거를 봤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 증거나 근거를 묻는 말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때문에 그의 발언은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해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정략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당시 BBC 등 주요 외신들도 “코로나19가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설은 위험하고 비주류적인 음모론”이라고 보도했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이 음모론으로 치부됐던 건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탓이 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월 9일 중국에서 코로나19 조사를 마치며 “(코로나가)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중국 기원설에 대한 증거도 불충분한 상황이다. 30일 스콧 고틀리브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코로나19가 아직까지 동물로부터 기원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을 들며 중국 기원설에 대한 정황 증거가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자연적 기원을 밝히는 작업이 아직 성과를 보지 못한 것이 ‘우한연구소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연관성을 너무 일찍 부인한 탓’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국 기원설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나오지 않은 것이다.
 
지난달 28일 BBC는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됐다는 증거도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증거도 아직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다”며 “바뀐 것이 있다면 정치적 기류”라고 했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조사를 두고 “모든 과정이 정치에 오염됐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바이든 미 대통령이 코로나19 근원지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한 지 며칠 만에 나왔다. 미국이 정치적 기류에 따라 코로나를 이용하고 있다는 식의 발언으로 보인다.
 
명확한 증거가 없음에도 국제사회 여론은 중국 기원설로 치우치는 분위기다. 영국 더타임스는 영국 정보당국이 우한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처음 유출됐다는 의혹이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해 현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세인트 조지 대학교의 앵거스 달글리시 의대 교수와 노르웨이 바이러스학자 비르게르 쇠렌센 박사도 "(코로나가) 자연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은 아주 낮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반면 중국은 이 같은 논란을 ‘미국의 음모’라고 반박하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우한 기원설 확산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코로나19의 기원을 찾는 것은 과학의 문제이며 정치화돼서는 안된다”며 “감염병 상황을 빌려 오명을 씌우고 낙인을 찍으려는 언행을 수없이 봤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WP) “이 가설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다른 나라들이 얼마나 화가 날지를 고려할 때 중국은 왕따 국가가 될 수 있다”며 “국제사회로부터 중국에 광범위한 제재를 하자는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실제로는 틀릴지도 모르지만 결코 틀렸다고 입증되지도 않은 채 여전히 입증되지 않은 가설로서 수년간 정치적 논쟁거리로 살아남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조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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