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가상과 현실세계를 융합하는 메타버스 산업이 활성화하는 가운데 정부는 공공 인프라 담당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업자들이 이익을 위해 나서는 콘텐츠 분야는 시장 자율에 맡기고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공공 분야 디지털트윈(현실 속 기계나 장비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것) 등에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우운택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15일 열린 '메타버스 현황과 문화산업 활용 가능성' 토론회에서 "메타버스는 플랫폼 진입장벽이 높아 사회간접자본(SOC) 관점에서 정부가 관리할 영역이 있다"며 "단순 놀이가 아닌 문제 해결의 테스트베드 플랫폼으로, 정부가 플랫폼을 연동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자사 VR 서비스 'U+VR'을 무료로 개방하고, 아이돌그룹 '엑소'의 온라인 전시관 'XR갤러리'를 공개했다. 사진/LG유플러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가 비대면 문화를 촉발하면서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에 국내외 사업자의 메타버스 시장 진출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헤드마운티드디스플레이(HMD), 글래스 등 디바이스와 운영체제(OS), 콘텐츠 등을 묶어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 네이버같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자의 메타버스 플랫폼 출시·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사업자들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산업 활성화는 시장 자율에 맡길 것을 주문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 범부처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올해 '메타버스 작업반', 민·관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등을 구축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문화 공공서비스를 메타버스 체계로 전환하는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놀이 콘텐츠를 넘어 교육, 관광을 비롯해 의료, 산업 등으로 확산될 것을 대비해 디지털트윈 등 공공 인프라 측면에서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메타버스 기술을 토대로 가상·증강현실(VR·AR)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이 종합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우 교수는 "개별 기술이 아닌 총체적인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며 "개별 기술을 묶는 형태가 아닌 결과물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공공 영역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훈 모두의연구소 박사 역시 "산업에서는 드라이브할 분야는 알아서 속도를 낼 것"이라며 "다만 공공성 측면은 기업이 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이와 함께 이용자 기본권 보장 문제를 언급했다. 메타버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인터넷 데이터나 디바이스 등의 접근권이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예를 들어 교육 관련 콘텐츠가 메타버스로 구축된다고 하면 디바이스 보급이나 네트워크 접속 등의 소외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메타버스에 대한 기본권 측면을 보고 접근하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5일 온라인으로 열린 '메타버스 현황과 문화산업 활용 가능성' 토론회. 사진/생중계 캡처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