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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앞뒤 틀린 성급한 소형원자로 구상
입력 : 2021-06-28 오전 6:00:00
집권 여당의 대표가 모듈로 구성된 소형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를 개발하여 북한에도 지원하자는 등의 정책을 표방하여 "장기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축소하겠다"는 국정방침을 따르던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소형원자로는 "탄소의 순배출량을 영(0)으로 만든다"는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 덧붙여진다. 그러보 보니 탄소중립은 약방의 감초처럼 여기저기에 쓰인다. 산림청이 탄소중립을 앞세워 여기저기 산림에서 모두베기를 실시하여 경향의 시비를 빚고 있는 상황에서 소형원자로가 또 탄소중립을 위하여 구원투수로 나섰다. 소형원자로는 기존의 원자력에 관한 항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청사진이 될 수 있는가를 짚어 본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설명에 따르면, 소형원자로는 기존의 대형 원자력 발전소와 달리 배관 없이 주요기기를 하나의 용기 안에 배치해 일반적으로 300MW급 이하의 인 원자로를 말한다. 세계원자력에너지협회(IAEA)는 300MW급 이하를 소형으로, 700MW급 이하를 중형(Medium Sized Reactors: MSR)으로, 분류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97년부터 독자 브랜드(SMART)로 소형원자로를 개발하여 2012년에 표준설계인가를 받고 2018년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는 실적을 올렸다. 개발자들은 소형원자로가 원자로 냉각제 배관 파손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없어 일반 원전보다 안전성이 높고, 발전용수도 적게 들어 해안이 아닌 내륙에 건설이 가능하며, 건설비용이 저렴하고 건설기간이 짧다는 장점을 강조한다.
 
원자력 건설과 수출을 주창하는 진영에서는 소형 원자로 설치에 적극 호응한다. 하지만 이에 앞서 몇 가지 검토할 사항이 있다. 우선 소형원자로가 탄소중립에 도움이 된다는 발상을 보자.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포트폴리오에 소형원자력을 추가한다는 뜻은 전체 원자력 발전 비율을 늘린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원자력발전 비중은 2011년 31.1%에서 2019년 25.9%로 줄었고, 석탄발전은 2000년 35.3%에서 2019년 51.0%로 늘었다. 그렇다면 집권 여당 대표의 발언은 석탄발전을 줄이고 그 공백을 소형원자로로 메워 전체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늘리겠다는 전략으로 들린다. 만약 이렇게 나아가려면, 소형원자로를 확대하기 전에 원전과 석탄발전에 기반을 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먼저 변경하여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원전과 석탄발전이 담당하는 기저발전을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대체한다"는 목표 아래 재생에너지 개발을 서둘렀다. 그러나 소형원자로를 도입한다면 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은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동안 정부는 재생에너지 개발을 촉진시킨다고 산림을 깍고, 한계 농경지와 폐염전을 태양광 발전단지로 돌리고 해상 풍력을 개발한다며 해양공간관리계획도 수립되지 아니한 해역에 대단위 발전단지를 조성하고 대기업을 유치한다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전체 에너지 수급계획을 따져서 우리 에너지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한 다음에 소형원자로를 논의하여야 할 상황에서 먼저 구상부터 발표함으로써 기존의 모든 정책을 일거에 흐트러뜨림은 '앞뒤 틀린 말'(금반언 Estopel)에 해당한다.
 
원자력 발전에서 종래 문제가 되었던 바는 냉각제 배관 파손으로 인한 방사는 누출이 전부가 아니다. 부품들이 하나의 모듈 안에 들러간다고 하여 핵발전 시설이 안전하다는 논리는 "대형 원자폭탄은 불가하지만 소형화된 핵탄두는 괜찮다"는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 독사가 작다고 그 독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듯이 소형원자로도 원자로이다. 안전관리에 다소 유리한 점이 있다고 치더라도 종래 원자력 발전이 안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들 즉 지진과 해일로 인한 단층과 침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문제가 극복된 것이 아니다. 해안이 아닌 내륙에 설치하고 산악지대가 많은 북한에 수출한다고 하여 지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모듈로 구성되었다고 하여 중수로가 오작동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소형원자로라고 하여 핵발전에 사용하고 난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핵폐기물 처리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소형원자로를 설치하자"는 제안은 핵폐기물을 늘리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우리보다 핵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추론도 믿기 어렵고 나아가 우리 기술을 수용한다는 보장도 없다. 소형원자로 수출이 대북제재에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도 당분간은 어렵다. 뿐만 아니라 소형원자로는 비용편익분석에서도 문제가 있다. 소형원자로의 가동비용이 일반 원자력발전소와 비슷하기 때문에 전체 운영비용은 소형원자로가 더 크다. 물론 소형원자로 자체가 '잘못되었다' 또는 '불가하다'고 반박하는 바가 아니다. 선행절차가 생략되었고 성급하다는 말이다. 집권 여당이 이렇게 획기적인 주장을 꺼내려면, 그래서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의 근본을 바꾸려면, 에너지 포트폴리오에 기반하여 비용편익분석을 실시하고 원자력의 안전성과 핵폐기물 문제에 관한 대안을 먼저 제시하여야 한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doctorchun@naver.com)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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