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허락되지 않은 내일’은 5년 전 방송계의 노동착취를 고발하고 세상을 등진 고 이한빛 PD와 5년 후의 청년들을 그리는 책이다.
고 이한빛 PD의 동생인 이한솔 국무총리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민간위원이 쓴 ‘허락되지 않은 내일’은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 있는 노동자를 독촉하고 등 떠밀고,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다”라는 이한빛 PD의 말을 담고 있다.
2016년 10월26일, tvN 드라마 조연출이던 이한빛 PD는 세상을 떠났다. 사람을 기쁘게 하고 싶어 PD가 된 그는, 거대한 시스템에 떠밀려 계약직 노동자들에게 고강도 업무를 강요하고 그들을 정리해고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리고 5년, 노동이 존중받았으면하는 고 이한빛 PD의 바람은 이 PD의 동생인 저자 이한솔 위원이 만난 35명의 ‘보통 청년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청년들은 능력과 상관없이 미숙한 존재로 여겨지고, 소통 부족으로 생긴 착오를 ‘요즘 것들’ 태도 문제로 치부되는 현실에 좌절한다. 고시 생활을 그만둔 청년의 불안 고백은 떠들썩한 공정 이슈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한 경쟁과 공정보다 ‘기울어진 운동장’과 경쟁의 그늘을 더 주목해야 하는 건 아닌지. 이 시대 ‘제2의 이한빛’의 온전한 목소리가 이 책 속에 담겼다.
이한솔 위원은 이 PD의 유족으로서 형의 자취를 따라가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는 단순히 고인의 주변 인물탐방에 그치지 않고 우리 곁에 있는 보통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이한빛 PD와 현재의 보통 청년들을 연결한다.
이 PD가 죽고 그가 일했던 회사는 8개월만에야 방송업계의 오랜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를 했다. 고인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출범해 방송업계의 불합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다. 유가족끼리의 연대를 통해 또다른 불평등을 막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올 초에 통과됐다. 이전까진 목소를 낼 수조차 없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도 조금씩은 전해지기 시작했다.
이 위원은 노동·주거·청년 분야 활동가로서 청년문제가 ‘영끌’, ‘공정’, ‘이대남’, ‘욜로’, ‘MZ세대’라는 단어에 묻혀서는 안 된다고 얘기한다.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직면한 문제들에 주목하고 그들의 불평등, 차별, 양극화를 해결하고자 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는 자극적인 이야기 대신, 그간 눈에 띄지 않고 말할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던 청년들의 아주 평범하고 소박한 말들로 채우고 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한 명의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싶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연결돼 변화를 만들고 싶다” 등 내면 깊숙한 곳에 감춰진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고 이한빛 PD의 동생인 이한솔 국무총리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민간위원이 1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재정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