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서울 마포구에 있는 모텔에 불을 질러 총 8명의 사상자를 발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남성에 대해 징역 25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징역 25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조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조씨는 지난 2020년 11월25일 자신이 두 달여 동안 묵던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모텔에 불을 질러 3명이 사망하게 하고, 5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조씨는 술에 취해 집기를 부수던 중 자신을 말리는 이 모텔의 주인 A씨에게 술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너 죽고 나 죽자"라고 말하면서 일회용 라이터로 책과 옷가지에 불을 붙여 화재를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조씨는 2018년 9월1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현주건조물방화미수죄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그달 28일 해당 판결이 확정돼 당시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심은 "피고인은 자신의 방화 행위로 인해 이 사건 모텔에 숙박하고 있는 사람에게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에 조씨와 검사 모두 양형 부당을 주장하면서 항소했고, 2심은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조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하려고 불을 붙였다가 불길이 커지자 모텔에서 도망 나왔다는 것인데, 이 범행 동기를 그대로 믿는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피고인에게 두 달 이상 숙식을 제공했던 A씨가 운영하는 모텔에서 다른 투숙객들이 대부분 곤히 잠들었을 새벽 시간대에 불을 질러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기에 그 동기가 어떠했든 이 사건 범행에 대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질렀고, 과거에도 술에 취해 특별한 이유 없이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는 등 술에 취하면 이성적인 판단으로 본인의 행동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습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술을 절제하지 못하고 갈수록 위험한 행동으로 나아가고 있는 사정에다가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까지 보태어져 피고인이 과연 이 사건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모텔에 불을 질러 8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 조모씨가 지난 2020년 11월27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