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가 예상되는 LG에너지솔루션이 기관 투자자의 수요예측에 돌입한 가운데 분할상장 논란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희망 공모가액은 최상단 가격이 유력한 상황이어서 배터리 사업을 넘겨준 기존 LG화학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부터 12일까지 이틀간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희망 공모가액은 25만7000에서 30만원선이다. 최소 공모금액은 10조9225억원이다. 현재까지 최대 기록은 2010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삼성생명으로 4조8000억원이다. 작년 최대 IPO를 장식한 크래프톤의 공모규모도 4조3098억원 수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그간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다.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희망 공모가액을 최상단으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엔솔에 대한 기관 투자자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인 상황”이라며 “이같은 기조라면 희망공모가액과 수요 예측에서도 상당한 수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희망 공모가액을 30만원선으로 결정할 경우 회사의 예상 시가총액은 70조원까지 늘어난다. 또한, 상장 이후 따상(공모가 2배로 시작해 상한가 기록)을 기록할 경우 주당 가격은 78만원선까지도 가능하다. 이 경우에 회사의 시가총액은 100조원을 가볍게 넘어서면서 시가총액 순위 2위를 굳건하게 지키던 SK하이닉스(92조원)를 뛰어넘게 된다. 모회사인 LG화학의 시가총액인 50조원과도 2배 가량 격차가 벌어진다.
몸값이 불어날수록 LG화학의 기존 주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본격 IPO에 돌입한 이후부터 회사의 기존 주주들은 “회사가 껍데기로 전락하고 있다”는 식의 불만을 제기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LG화학의 물적 분할로 인한 개인 주주의 피해 등을 확인하고 주주 친화정책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기업의 물적분할을 금지해 주십시오', '지주사 전환을 위한 물적 분할 시도를 막아 주세요' 등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0년 12월에 LG화학으로부터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됐다. 단독 사업 연혁으로 따지면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사실상 전신인 LG화학에서 동고동락하며 커온 셈이다. 반면 기존 주주는 이번 LG에너지솔루션의 가치 상승에선 배제되게 된다. 여기에 LG화학 기존 주주들은 지주사 디스카운트까지도 우려된다.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완전 보유하고 있을 때에는 자회사의 사업가치를 고스란히 모회사가 누릴 수 있지만, 상장하면 자회사 주주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는 점에서 지주사 밸류에이션은 할인될 수밖에 없다는 부분에서다.
‘알짜 사업’인 배터리 사업부를 떼어내자 LG화학의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한때 주당 100만원을 넘겼던 LG화학은 이제 70만원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3위에서 6위까지 내려왔다.
전문가들도 모회사의 물적 분할을 통한 자회사 상장은 다소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모회사와 자회사의 중복 상장으로 인한 ‘더블 카운팅’(중복계상)에 따른 문제 소지가 있다”면서 “실질적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자회사에게는 적정가치를 반영하고 모회사는 디스카운트 하는 경우로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간 이해상충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블 카운팅은 기존 상장사 기업 가치에 새로 상장한 자회사의 기업 가치가 중복 될 수 있어 그만큼을 모회사 기업 가치에서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국내 기업의 상장 심사를 맡고 있는 한국거래소도 물적 분할 상장 관련 이슈 등을 검토 중의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관련 사안에 대해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확정적인 사안이 나온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자회사의 상장 관련 문제는 제도상 문제는 없지만, 투자자 측면에서 주가가 하락하는 등의 불만이 있어 이에 대해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물적분할 관련 청와대 게시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캡쳐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