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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풀린 물가)③"전날 밤 9시에 도착해도 대기 1번"
(르포) 새해에도 이어진 명품 오픈런…"재고 있을 때 구매하는 게 이득"
입력 : 2022-01-17 오전 7:00:00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주말이라 어제 11시30분에 왔어요. 오늘은 앞 번호 받았으니 매장에 들어가겠지만 샤넬 구매하기 정말 힘들어요."
 
새해에도 어김없이 명품을 사기 위한 오픈런(매장이 열리자마자 구매하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 벌어졌다. 15일 새벽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는 영하의 날씨에도 수십명의 사람들이 명품 구매를 위해 줄을 서있었다.
 
오전 7시10분 아직 어두운 시간임에도 신세계 본점 동문의 샤넬 대기줄은 80번대까지 이어졌다. 주말에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고객들도 있어 평일보다 일찍 대기가 시작된다고 한다. 
 
15일 오전 신세계백화점 본점 동문 앞에 샤넬 오픈런 대기 고객들이 새벽부터 나와있다. 사진/심수진 기자
 
동문 반대편 입구의 루이비통 매장 앞에서는 롤렉스 줄이 시작되는데, 이날 샤넬 대기 고객이 많아 롤렉스 대기 위치 앞까지 줄이 이어졌다. 어림잡아도 30명 이상이 대기중이었다. 9시를 조금 넘긴 시간대에도 대기 고객은 계속 늘어났다.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도 수십명의 고객들이 와있었다. 샤넬 대기줄에는 오전 7시30분쯤 이미 70여명이 서있었고 줄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길어졌다.  
 
이날 롯데백화점 샤넬 대기 1번인 남성 고객은 전날 밤 9시에 도착했다고 한다. 새벽 6시에 도착한 다른 고객은 40번대였다. 대기 10번 안쪽으로는 텐트가 여러 개 있었다. 텐트 외에도 캠핑용 의자, 돗자리, 손난로 등 영하의 날씨를 견디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모습이었다.  
 
15일 오전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샤넬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백화점 오픈을 기다리는 고객들의 줄이 백화점 정문부터 반대편까지 길게 이어졌다. 사진/심수진 기자
 
일찍 도착한다고 무조건 원하는 제품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 입고 상황이 매일 다르기 때문에 들어가 봐야 재고를 알 수 있다. 
 
새벽 2시에 도착했다는 한 커플은 "첫 오픈런인데 비교적 앞쪽에 줄을 섰다"며 "원하는 제품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들어가서 보고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1인당 구매 가능 개수를 제한하는 쿼터제도 있다. 샤넬은 지난해 인기 제품에 한해 1인당 1년에 1개만 구매할 수 있도록 수량 제한을 뒀다. 샤넬의 대표 제품으로 불리는 클래식백과 코코핸들이 대상이다. 롤렉스도 클래식, 프로페셔널 라인 제품은 1년에 1개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기준은 매장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롤렉스 오픈런에 여러번 참여했다는 고객 A씨는 이날 새벽 5시에 신세계 본점에 도착해 7번째로 줄을 섰다. 그는 "다른 롤렉스 매장 오픈런에도 가봤고, 성공한 적도 있다"며 "매장마다 구매 제한이 있어 오늘은 신세계 본점으로 왔다"고 말했다. 
 
백화점 오픈 한 시간 전인 9시30분, 대기 고객들은 텐트를 접고 의자를 정리하며 입장 준비를 했다. 그사이에도 대기 고객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신세계 본점 동문 앞에는 에르메스 입장 대기줄도 생겼다. 
 
15일 오전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샤넬 매장 입장을 기다린 고객들이 대기 등록중인 모습. 사진/심수진 기자
 
오전 10시가 되자 샤넬 대기줄 앞에 '패드맨'으로 불리는 직원들이 나왔다. 이름과 연락처를 등록하면 백화점 오픈 이후 대기 순서에 맞춰 안내 문자를 받고, 매장에 들어갈 수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는 10시20분이 되자 샤넬 직원들이 나와 대기등록 마감 안내를 했다. 오픈런 고객은 10시20분까지만 대기번호를 받고, 이후 대기자들은 백화점 오픈 후 다시 입장해 대기 등록을 할 수 있다. 10시20분까지 입장하지 못한 고객들은 우르르 반대편 입장줄로 옮겨갔다.  
 
백화점 입장이 시작되자 대기 번호를 받지 못한 고객들은 다시 샤넬 매장 앞에 줄을 섰다. 샤넬 매장 입구 한 쪽에서는 대기 등록 줄이 이어졌고, 다른 한 쪽에서는 대기 앞번호 고객들의 입장이 시작됐다. 11시에 받은 대기 번호는 204번, 등록은 했지만 오늘 안에 입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롯데백화점 본점 롤렉스 매장은 백화점 입장 시작과 함께 대기 등록이 마감됐다. 하루에 50팀까지 입장 제한을 두고 있어 오픈런 고객들로 이미 일정이 끝난 것이다. 
 
15일 롯데백화점 본점 샤넬 오픈런 대기줄에 사전 대기등록 마감 시간이 안내돼 있다. 사진/심수진 기자
 
샤넬, 에르메스, 롤렉스 등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들이 올해 초 가격을 인상했지만 고객들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명품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고, 또 어떤 제품의 가격을 인상할 지 모르기 때문에 재고가 있을 때 구매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반응이다. 
 
명품업계는 가격 인상 요인으로 대부분 제작비와 원재료의 상승, 환율 변동 등을 꼽는다. 또한 글로벌 브랜드인 만큼 시장(국가)별 가격을 조화롭게 하기 위해 가격을 조정한다는 설명이다. 
 
샤넬 관계자는 "브랜드가 운영되는 시장별로 현저히 벌어지는 제품 가격 차이를 줄여 모든 고객에게 일관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화로운 가격 정책'을 준수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도 유로화 기준 가격 대비 10% 범주에서 책정된다"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심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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