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열린 '요진건설산업 성남판교 제2테크노밸리 현장 추락사 관련 민주노총 건설노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발생한 오너 일가 꼼수 사퇴 논란이 법 시행 이후 더욱 확산하고 있다. 실제 법 시행 전 오너 일가가 사퇴한 요진건설산업 건설현장에서 최근 사망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망 사고 이후 오너 일가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사 중이던 엘리베이터가 추락해 사망 사고가 발생한 요진건설산업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가능한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해 노동자 사망 사고가 일어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원 이상 벌금형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요진건설산업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오너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사퇴하면서 ‘꼼수 사퇴’ 논란이 일었던 대표적 중견 건설사 중 한 곳이라는 점이다. 창업주 최준명 회장의 아들이자 2004년부터 요진건설산업 대표이사를 맡아온 최은상 부회장은 지난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인 송선호 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오너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경우는 요진건설산업 뿐만이 아니다. 한림건설도 김상수 회장이 지난해 하반기 대표이사에서 퇴임했고, 한신공영도 태기전 부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이들 건설사들은 모두 오너 일가 퇴진과 함께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오너 일가 사퇴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이들이 대부분 오너 처벌이 가능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직전에 사퇴했기 때문이다.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건설업 특성상 중대재해처벌벌에 나온 사업주 처벌을 피하기 위해 오너 대신 전문경영인을 ‘방패막이’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오너 일가 사퇴까지는 아니지만, 건설업계는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하는 등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기존 2개였던 안전환경실을 7개로 늘리고, 업무를 총괄하는 부사장급 CSO를 선임했다. 현대건설도 전무급 CSO를 신규 선임하고, 경영지원본부 산하 안전지원실을 안전관리본부로 격상했다. 이외에 롯데건설·SK에코플랜트·호반건설 등도 CSO를 임명하거나 안전 담당 조직을 확대했다.
이는 건설업 특성상 다른 산업군에 비해 사망사고가 자주 발생해 중대재해처벌법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건설업에서 업무상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는 458명으로 전체 산업 사고 사망자의 51.9%를 차지했다. 근로자 만명 당 사고사망자수를 나타내는 사고사망만인율(%)도 2020년 기준 건설산업이 2.00%로 산업 평균(0.46%)보다 약 4.4배 높았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에서는 오너 일가에 대한 책임을 완전히 배제하고 사건을 조사하지는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비판 여론을 의식해 오너 일가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건설사 오너 일가의 대표이사 사퇴와 관련해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한다.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법으로도 보건안전 분야의 사실상 전권에 가까운 권한을 가진 안전관리책임자가 있으면, 그 책임자가 경영책임자에 준하는 역할이 되는 것”이라며 “총수일가사퇴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을 맞아 경영효율화를 추진한다고 해석해도 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