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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치명률 0.08%, 간과해선 안된다
입력 : 2022-03-03 오전 6:00:00
"그 많은 확진자들은 어디 있는거야?"
 
코로나19 확진자가 20만명을 돌파할 때까지 이 말을 중얼거렸던 것 같다. 매일 접촉하는 직장 동료와 가족에 별 일 없다보니 '확진자 20만'이라는 숫자를 체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였다. 결국 올해 6살 된 딸 아이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존재감을 알기 힘들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족 중 가장 어린 사람에게 침투한 것이다.
 
일전에 가족 중 확진자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검색을 해놓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보호자가 필요한 아이가 먼저 확진된 경우는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다. 아이가 확진 판정을 받은 다음날 보건소로부터 연락이 왔고, 필요사항을 전달받았다.
 
확진자의 동거인은 외출을 자제하라는 등 이미 알고 있는 얘기들이었다. 화장실을 따로 사용하고, 식사를 따로 해야 한다는 등의 일반적인 격리 지침도 받았다. 어린 아이를 따로 격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 확진자와의 분리 조치는 아이의 부모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확진 판정 이틀 후 아이의 체온이 잠잠해지고 체력을 회복 할 때쯤 아내가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자가키트를 보고 "엄마는 왜 두줄이야"라고 천진난만하게 묻는 아이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돌파감염 역시 생각지 못한 일이다. 3차 접종까지 마쳤는데 감염을 막아주지 못한 백신에 배신감이 들기도 했다.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은 어린이가 환절기의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앓다가 넘긴 것을 보니 "별거 아닐 수도 있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아내 역시 확진 판정을 받은 후 고열과 몸살에 시달렸지만 이틀 후부터 증상이 호전됐다. 물론, 아직까지 최종 음성 판정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가족이 차례대로 감염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내 순서를 기다리는 것도 못할 일이었다. 코로나19가 계절 감기와 같은 풍토병이라면 언제나 가족 중 마지막으로 감기를 앓아온 내 차례가 다가올 것이다. 이러려고 2년 넘게 마스크를 쓰고 살았나 싶은 허탈감이 든 것도 사실이다.
 
이달 1일부터 확 바뀐 방역 지침은 아직까지 혼란스럽다. 확진자의 동거인은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자가격리 의무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잠복기에 있는지 스스로 내성을 갖췄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외출을 하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마스크를 벗어 던진 미국과 유럽 국가처럼 우리나라도 코로나와 공존을 대비하며 일상의 회복을 준비하고 있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이달 초에서 중순 사이 신규 확진자 수가 많게는 35만 명까지 나오면서 국내 코로나 확산세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직까지 낙관적 시나리오가 섣부르게 느껴지지만 코로나의 터널에 조금씩 끝이 보이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관건은 코로나 사태의 마지막 시험대가 될 지 모를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와 동거해 본 결과 비상약 조치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무기력하고 허탈하다. 밥이나 약을 챙겨먹으라고 보채는 가족이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돌봐줄 가족이 곁에 없는 1인 가구는 확진 이후 심리적 불안과 통증을 홀로 견뎌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건당국의 확진 확인과 건강 키트 전달이 확진 판정 후 며칠 뒤에 이뤄지는 것은 아쉽기만 하다.
 
확진자가 폭증하면 그만큼 위중증 환자도 늘어나고, 사망자도 늘 수밖에 없다. 3차 접종을 마치면 코로나19의 치명률이 0.08%로, 계절 독감과 비슷하다고 한다. 정부는 전면적인 방역 체계 전환의 근거로 이 수치를 강조하고 있다. 섣부른 낙관론에 사각지대에서 홀로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된다. 1만명의 확진자 중 8명이나 사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정책 주안점을 두길 바란다.
 
이종용 온라인부장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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