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원유 공급 불안이 가중되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근접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을 더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0일 공개되는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또다시 40년 만에 최고치 경신이 예상된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18% 가량 폭등해 139.13달러를 찍었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역시 한때 130.50달러까지 급등했다. 모두 2008년 7월 이후 최고가다.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유가 급등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CNN에 출연해 "우리는 현재 유럽 동맹국들과 함께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와 동시에 세계 원유시장에 공급이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7일 홍콩의 한 주유소에서 한 직원이 차량에 주유를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금수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으로 인해 이날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선을 돌파하는 등 국제적인 원유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공급량의 약 7%에 해당하는 700만 배럴가량의 석유 및 정유 제품을 수출한다. (홍콩 AF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유가가 앞으로 강세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러시아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지속되면 유가가 올해말까지 배럴당 18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러시아의 석유 공급이 없을 경우 앞으로 3개월 이내 유가가 150달러까지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널뛰는 국제유가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미국 CPI상승률의 시장 전망은 전년대비 7.9%로 1월보다 더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1980년 2월 이후 40년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로, 시장 전망치(7.2%)를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발표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박 가중은 미 연준의 통화긴축의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에서 "3월 회의에서 25bp(0.25%포인트) 금리 인상 제안을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인상을 25bp 인상을 기정사실로 했지만,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일부 연준 위원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긴축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인플레이션 전망이 줄줄이 상향조정되고 있다. 제프리스 이코노미스트 톰 사이먼스는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7.8%로 정점을 찍을 것이란 전망이었지만 이를 수정했다.
그는 3월에는 8%를 웃돌 것으로 비관했다. 바클레이스의 미 경제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마이클 가펜도 3월 전망치를 7.6%에서 8.3%로 대폭 끌어올렸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