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올해도 특정 날짜에 주총이 쏠리는 ‘슈퍼주총’이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는 예상 주총 집중일에 주총을 개최하지 않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정기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도입했으나 효과는 여전히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25일과 30일, 31일 3일간 정기 주총을 개최하는 상장사는 유가증권 283곳 코스닥 430곳 등 총 713곳에 이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 상장사 821곳 중 12월 결산법인은 791곳이다. 코스닥 상장사는 1549곳 중 1521곳이다. 국내상장사 12월 결산 법인 2312곳 중 30% 이상의 주총이 3일간 몰린 것이다. 이달 25일과 30일, 31일은 한국거래소와 상장협·코스닥협회 등이 예상한 주총 집중일이다.
한국거래소와 상장협·코스닥협회는 지난 2018년부터 주총이 특정일에 쏠리는 것을 막고 분산하기 위해 ‘정기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자율 준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은 불성실공시 벌점 감경(4점 이내), 공시 우수법인 평가 가점, 상장규정 지배구조요건 미달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예외사유 고려,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 수수료 감경 등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주총 집중일에 주총을 열게 되면 ‘주주총회 집중일 개최 사유 신고’ 공시를 통해 해당일 개최 사유도 밝혀야 한다.
주주총회는 해당 상장사 주주가 모여서 회사의 의사를 결정하는 기관이다. 정기총회에서는 주로 계산서류의 승인·이익배당에 관한 결의 등이 이루어진다. 회사의 운영 과정이나 중요 결정 사항을 주주와 공유하는 중요한 자리이지만, 특정일에 주주총회가 집중될 경우 주주들이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100여 개가 넘는 종목을 가지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주총안건들을 일일이 확인하기조차 힘들다.
정기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 도입에도 매년 3월이면 특정일에 주총이 몰리는 슈퍼주총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주총 집중 개최일 외에 마지막 주에 주총이 쏠리는 슈퍼 주총 위크도 문제다.
예탁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3월21일~31일 마지막 10일간 정기주총 쏠림이 계속되고 있다. 3월하순 개최 비중은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80~9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2155사(91.8%)가 3월하순 주총을 개최해 전년(2020년) 대비 264사(9.2%)가 증가했다.
올해 3월 21일부터 31일까지 주총을 개최하는 상장사는 유가증권 638곳, 코스닥 1054곳으로 각각 12월 결산 법인의 80.66%, 69.30%를 차지한다. 아직 주총 개최일을 공시하지 않은 상장사들을 더할 경우 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사들은 일정을 고려할 경우 특정일에 주총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변론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 소요기간과 위임장 권유 기간 등을 고려하면 주주총회 일정이 촉박해 주총분산 자율준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며 “주주총회 기간을 4월까지 늘리지 않는 이상 자율분산 프로그램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들의 주추총회 참여를 독려한다면 굳이 예상 집중일에 주총을 개최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2021년 3월17일 경기도 수원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2기 정기 주주총회.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