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종전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합의안에 대해 상당한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이 여전히 이어지면서 민간인 인명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복수의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최근 15개항으로 구성된 평화안 초안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포기하고, 미국·영국 등의 보호를 받는 대신 외국의 군대 주둔이나 군사기지 배치를 하지 않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군대 보유는 허용하되 무장 수준에는 제한을 가하고, 이 경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철군한다고 약속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볼로도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 저녁 화상연설에서 "진행되는 협상이 매우 어려운 단계지만 좀 더 현실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입장이 더 많이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협상팀 대표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15개항 임시 평화안에 관한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대해 “러시아 측 입장만 반영된 것이며, 그 이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가 매우 유연해졌으며, 며칠 안에 휴전협정에 이를 수 있을 것이란 자신이 있다"고 했다.
협상에선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와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 요구를 두고 입장차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4차 협상에서 스웨덴이나 오스트리아의 중립모델을 제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들 국가처럼 군대는 있지만 외국 군사기지가 없는 비무장 국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명확한 자국 안전보장을 담보하는 방안을 원하고 있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직접 전쟁 중이어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비무장화 모델은 우크라이나식이 돼야 한다"면서 "강력한 나라들로 구성된 명확히 정의된 안전보장 체제가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러시아는 이날 역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이어갔다. 외신에 따르면 시민대피소로 사용되던 남부 마리우폴 시내 극장이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았다. 마리우폴 행정당국은 시민 다수가 폐허에 매몰됐다면서 "무너진 극장 입구가 돌무더기로 막혀 정확한 사상자 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극장 공습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북부 체르니히우 시내에선 빵을 사기 위해 줄 서 있던 민간인 10명이 포탄에 맞아 사망했으며, 수도 키이우에서도 시내 및 시외 주택가도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았다.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 도심의 건물과 자동차들이 러시아군의 포격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부서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