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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택시기사, ‘폭행 영상’ 자발적 삭제… 증거인멸 교사 아냐”
이 전 차관 측 "사건 당시 만취" VS 검찰 "변별력 잃을 정도 아니었다"
입력 : 2022-03-22 오후 6:04:1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술에 취해 운전 중인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측이 이 사건 증거인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것 관련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2부(재판장 김현순)는 22일 오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운전자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관 공판을 진행했다.
 
먼저 검찰은 이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수사했던 서초경찰서 당시 서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으로 거론되던 이 전 차관에 대한 정확한 수사를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검찰이 공개한 진술조서에 따르면 당시 서초경찰서장은 이 사건을 보고 받고 이 전 차관이 공수처장으로 추천됐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형사과장 등에게 사건을 정확히 수사하고 블랙박스까지 확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이 사건 총 책임자였던 서초경찰서장(총경)은 견책, 사건 지휘라인에 있었던 전 서초서 형사과장(경정)은 정직 2개월, 형사팀장(경감)은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경찰에) 이 사건 영상이 삭제된 2020년 11월9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위원들로부터 후보를 신청 받는 날, 당시 공수처장 유력 후보였던 이 전 차관이 후보에서 탈락했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또 검찰은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 진술조서를 통해 당시 이 전 차관이 사물 변별 능력을 잃을 정도로 만취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반면 이 전 차관 측 변호인은 “당시 이 전 차관이 사건 직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자택에서 포도주, 맥주 등 술을 섞어 마신 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했고, 자신이 있는 장소와 처한 상황을 인식조차 하지 못할 정도였다”며 이를 심신미약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 택시기사 폭행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고의 없이 만취해 나온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이 전 차관에게) 무죄를 다투자고 건의했으나 이 전 차관이 그렇게(무죄 주장)하지 않고 심신미약만 주장하기로 했다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변호인은 이 전 차관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변호인은 “(이 전 차관 측 요청에 따른 게 아닌) 택시기사의 자발적 동기에 의해 영상이 삭제된 것”이라며 “택시기사가 즉흥적으로 영상을 삭제한 상황에서 검찰의 증거인멸 교사 공소사실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택시기사가 삭제한 영상은 원본이 아닌 (이 전 차관과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있던 것(카톡 서버에 저장된 임시파일)”이라며 “택시기사는 (이 전 차관과의 카톡 대화 전후로) 자신의 지인들에게 영상을 전송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차관의 요청에 의한 증거인멸(영상 삭제)이 없었으므로 증거인멸 교사 혐의도 성립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11월6일 밤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자신의 거주지에 다다라 자신을 깨우던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고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로 기소됐다. 그로부터 이틀 뒤 이 전 차관은 택시기사에게 연락해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줄 것을 요청(증거인멸 교사 혐의)하며 합의금 1000만원을 건넸다.
 
당시 신고를 받은 서초경찰서는 피해자인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이 전 차관에게 단순폭행죄를 적용해 입건하지 않고,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그러나 운행 중인 차량 운전자를 폭행하면 피해자의 처벌의사와 상관없이 가중처벌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야 했던 경찰이 자체적으로 사건을 내사종결하면서 이 전 차관 ‘봐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검찰은 이 전 차관과 이 사건 내사종결 보고서를 작성한 서초경찰서 경찰관 진모씨를 특수직무유기 및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이 사건 택시기사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다음달 19일 오후에 열린다.
 
 
술에 취해 운전 중인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박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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