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금융당국의 징계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가 1심에서 패소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심리에서 금융감독원과 함 부회장 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고법 행정4-1부(재판장 권기훈)는 23일 오후 함 부회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사건의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함 부회장 측 대리인은 “(본안소송 원심 판결에서) 내부통제기준 관련 은행장(CEO)에 책임을 묻는 것에 많은 논란이 있고, 이에 대한 대법원 판례도 없다”며 2심에서 징계의 적법성을 더 다퉈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어 “관련 사건(‘DLF 징계 취소’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승소)과 이 사건 판결(‘DLF 징계 취소’ 함 부회장 패소)이 정반대로 나오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국으로부터 문책 경고를 받은 함 부회장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3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는데,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면) 이는 금전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며 재판부에 징계 효력을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장경훈 전 하나카드 사장과 박세걸 전 하나은행 전 WM사업단장을 배제하고 함 부회장에 대해서만 집행정지를 신청한 이유에 대해서는 “조속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는 24일 함 부회장의 차기 회장 선임 안건이 상정된 주주총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만일 법원이 함 부회장 측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다면 징계 효력은 내달 14일부터 되살아나 회장직을 맡는데 결격 사유가 생긴다.
반면 금감원 측 대리인은 “이 사건(하나은행 DLF 불완전판매)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은 함 부회장의 은행장 시절 일어난 일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한다. 원심도 그 점을 인정했다”며 “이런 점을 신중히 고려해 (함 부회장 측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맞섰다.
또한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함 부회장 측이 주장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금감원 측은 “아직까지 주관적 기대에 불과한 회장 취임 가능성을 가지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긴급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하나은행에서) 함 부회장 한사람만 (집행정지를) 신청한 필요성에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DLF 불완전판매) 피해자들의 피해는 회복되지 않았고, 자본시장 시스템에서 일반투자자 신뢰보호도 중요하다”며 “금감원 검사 결과에 의해 (하나은행의 DLF) 불완전판매 사실이 밝혀지고 하나은행 임직원들은 모두 징계를 받았지만, 정작 그 당시 은행장으로서 최고 책임자였던 함 부회장에게는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날 양측 변론과 제출 자료 등을 토대로 조만간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집행정지에 대한 결정은 내달 14일 안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4일 함 부회장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 관련 징계 처분 취소 본안소송에서 패소하자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함 부회장은 2016년 이후 하나은행이 DLF 886건을 불완전판매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2020년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 경고를 받았다. 당시 금융당국은 DLF 판매 과정에서 함 부회장의 관리·감독의 부실 책임을 물어 이 같은 징계를 내렸다.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과 향후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지원자가 합격하도록 한 혐의로 4년 가까이 재판을 받아온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이 지난 11일 오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서부지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