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테슬라가 미국, 중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가격을 연이어 인상하면서 테슬라발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 여파가 완성차 업계로 퍼져나갈지 우려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6999만원에 출시된 테슬라 모델Y 롱레인지 가격은 지난 25일 기준 8649만원으로 뛰었다.
지난 1월 7989만원에서 지난 11일 8189만원으로 오른 뒤 나흘 만에 8499만원으로 인상되더니 다시 150만원이 오른 것이다. 출시 1년 만에 1650만원이 올랐다.
최근까지 6979만원에 판매되던 모델3 롱레인지도 지난 11일 7079만원까지 뛰었고 지난 15일에는 7429만원으로 인상됐다. 2019년 출시 당시 6239만원에서 1200만원 가까이 올랐다.
테슬라는 이달 미국에서도 전 차종을 2000~3000달러 올렸고 중국에서는 모델Y와 모델3를 5%씩 인상했다.
테슬라 모델 Y. 사진/테슬라
차량용 반도체 구하기가 여전히 어렵고 배터리 원자재 등 제조원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는 점이 인상 요인으로 지목된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가 늘면서 배터리 수요가 늘었고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리튬 등의 가격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니켈은 최대 생산국이 러시아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니켈 값이 폭등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니켈 가격은 지난 8일 기준 톤당 4만8201달러로 전년 대비(1만6115달러) 199.1%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니켈 공급이 제한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테슬라 측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과 원자재 가격 상승,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에 따른 가격 인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비슷한 제조 환경에 놓여 있는데 유독 테슬라만 큰 폭의 가격 조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완성차 업체들은 통상 연식 변경, 부분 변경 등에 맞춰 가격을 올린다. 매달 가격 변동 폭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업계 관계자는 "수시로 가격을 인상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가 본다"며 "기존 완성차 업체와 가격 운영 방식이 다른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가격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10차례 넘게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결국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 등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면서 차량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전기차 가격에서 40%를 차지하는 배터리가 얼마만큼 가격이 떨어지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현대차(005380) 아이오닉 6,
기아(000270) 2세대 니로 EV 등 올해 출시 예정인 전기차 신차 가격도 지난해 보다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 100%를 받기 위한 상한가격이 60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줄면서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은 더 클 전망이다.
실제 현대차의 지난해 승용차 평균 가격은 4759만원으로 전년 대비 13.8% 올랐고 기아의 레저용차량(RV) 평균 가격은 13.9% 오른 4130만원을 기록했다.
전기차 업계 전반적으로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향후 주요 완성차 기업에서 보급형 전기차 출시가 예정돼 있어 주류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가격저감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2025년께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배터리 가격이 관건이다. 현재 배터리 평균 가격은 ㎾h당 120~130달러 수준이다. 10년 전 ㎾h당 1000달러에서 90% 가까이 떨어졌다. 100달러 미만으로 낮춰야 내연기관차와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게 자동차업계 설명이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