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36)는 요즘 아침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진다.
1리터당 2000원을 넘나드는 휘발유 가격과 아이들 교육비 부담 증가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다.
김 씨는 기름값이 올라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아침마다 지하철 2번, 버스 1번씩 갈아타고 1시간 동안을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는 수고를 각오해야 한다.
집에 돌아와도 그를 기다리는 건 아이들 학원비와 식재료 가격이 올랐다는 아내의 푸념이다.
거기다가 퇴근 후 즐거움이었던 삼겹살도 가격이 크게 올라 편하게 갈 수 없게 됐다.
◇ 서민 고통 증가
지난 1월, 2월, 3월 물가의 연간 상승률은 각각 3.9%, 3.6%, 3.9%씩을 기록했다.
모두 한국은행이 정한 물가 상승 목표치 3.5%를 웃돌았다.
물가가 오르면서 서민들의 삶은 더 고달파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실질 소득이 1년 동안 1,2% 증가하는데 그쳤다.
소득은 5% 많아졌지만 교통비, 교육비, 식료품비 등의 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가 상승으로 인한 서민의 고통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달 소비자 물가가 4.1% 상승했다고 밝혔다.
◇ 인플레이션 국면 진입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서면서 우리 경제가 인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고물가로 인해 소비가 둔화되는 악순환이 시작돼 내수 경기가 침체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더구나 5월 소비자 물가도 4.1% 이상이 될 것으로 보여 인플레이션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치를 결정하는 기준이 낮으면 상대적으로 결과가 높아지는 기저효과 때문이다.
지난 해 4월부터 5월까지 소비자 물가 원지수는 104.5에서 104.6으로 0.1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달 소비자 물가 원지수가 지난 달보다 0.2만 높아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2%가 된다.
만약 지난 달과 같이 원지수가 전달보다 0.6 많아지면 물가 상승률은 4.6%를 기록하게 된다.
상승률이 유가와 원/달러 환율의 영향으로 5%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
◇ 서민의 목을 죄는 유가ㆍ환율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소비자 물가 원지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달이 20여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지난 달 상승폭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두바이유 가격은 126.4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4월의 106.3달러보다 22달러 이상 올랐다.
또 유가 급등 원인이 수급 불균형 때문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더 오른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4월 두바이유 가격은 3월 97.8달러보다 8.5달러 상승했었다.
원/달러 환율도 60원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달 평균환율은 987.2원, 3월은 982.5원에 머물렀던 반면 이 달 평균 환율은 1040원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 한은 진퇴양난
물가를 관리해야 하는 한국은행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높인다.
이를 통해 시중의 통화량이 줄어 들면 물가 상승세가 안정을 찾게 된다.
하지만 현재 한국 경기가 둔화되는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통화량을 줄이게 되면 경기 둔화가 더 빨라질 수 있어 한은은 쉽게 정책금리를 인상할 수 없다.
더구나 현재 물가는 수요가 커져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가와 환율이라는 대외적인 변화가 원인이라 효과도 불확실하다.
반면 한은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유동성을 늘린다면 한창 뜨겁게 타는 물가상승세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이래저래 한은의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뉴스토마토 김현우 기자(dreamofan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