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벚꽃이 벌써 졌나요? 꽃놀이는 안 해도 되니 얼른 한 달째 계속되는 격리생활이 끝났으면 좋겠어요.”
서울 강서구에 사는 30대 여성 정모 씨의 가족은 한 달 가까이 집 밖을 못 나가고 재택치료 중이다. 지난달 25일 정 씨의 아들이 확진되면서 시작한 격리생활은 공교롭게도 일주일이 다 될 무렵인 31일 정 씨가 확진되면서 일주일이 연장됐다.
이렇게 시작된 정 씨 가족의 릴레이 확진은 지난 5일 남편이 확진돼 일주일 길어졌고, 급기야 11일 딸까지 양성이 나오면서 오는 17일까지 격리생활이 확정됐다. 무려 24일에 달하는 격리생활로 정 씨 가족들은 남들 3~4배 이상의 시간을 집 안에서 보내고 있다.
당장 회사를 못 나간 채 재택으로만 일해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한 달째 아이들과 갇혀 지낸다는 건 여간 곤욕이 아니다. 한창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에게 유치원도 가지 않고, 학원에서 친구도 만나지 않은 채 오로지 집에서만 모든 걸 해결하라는 건 A씨를 평소보다 배 이상 힘들게 한다.
분명 미열이 있고 증상이 있어 자가진단키트를 하는데 계속 음성이 나오니 반복되는 검사에 아이도 부모도 고생이다. 그렇게 3~4일 후 아이가 다 낫고 나서야 양성이 나와버리니 그때부터 일주일이 더 길게 느껴질 따름이다.
정 씨는 “요즘 일가족이 한꺼번에 걸리면 오히려 축복이라더니 주위에 2주나 보름 격리한 부모들이 우리를 위로한다”며 “그나마 증세가 크게 심하지 않고, 당분간 우리 가족은 걸릴 걱정없다는 걸 위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한 가정에서 집에 있는 아이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마포구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첫째 아이가 확진됐고, 이어 남편과 A씨 모두 양성이 나왔다. 문제는 둘째 아이였다. 아직 증상도 없고 음성인 둘째를 돌볼 사람이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A씨의 시댁이나 처가 모두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다 아이가 혼자서만 부모와 떨어지려 할 리 없었다. A씨 남편은 방법이 없다며 감염이 되더라도 같이 지내자고 했고, 장시간의 말다툼 끝에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하고 같이 지내기로 했다.
그렇게 며칠 지나자 세 살배기 아이에게도 증상이 찾아왔다. 이번엔 검사소까지 아이를 데리고 갈 어른이 없었다. 이동검체가 가능하다는 소리를 듣고 보건소에 전화했지만, 보건소에선 인력이 모자라다며 임시 외출을 허락했고 결국 온 가족이 사이좋게 격리생활을 했다.
A씨는 “이렇게 부모가 확진되고 나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하얘진다”며 “차라리 걸리기를 바라야 하는 건지 누가 도와주는 곳도, 돌봐줄 곳도 없고 갑갑한 시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최근 코로나19는 정점을 지났지만, 가족 감염은 여전히 무서운 추세다. 특히, 가족 감염은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 7일간 외부 출입을 막는 현 재택치료 시스템에서 부모와 아이가 떨어지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0~9세 아이들은 가족 감염에 무방비 상태다. 지난 10일 기준 서울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0~9세 가운데 절반 이상(55.7%)이 양성으로 판정됐다. 이는 고령층을 포함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가족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확진자가 되기를 기다리는 구조다. 특히, 2월9일 기준 12.5%에서 두 달만에 4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이나 지역사회에서는 아직까지 아무런 대안을 찾을 수 없다. 심지어 지자체 차원의 구체적인 통계도 전무하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부모들이 확진되는 경우에는 자녀에게 전염되는 사례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역학조사가 고위험군 중심으로 변경되면서 당장 통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가정 내 방역수칙 외에 육아와 돌봄 공백에 대한 대책은 준비하는 중이지만, 현재는 많이 발생하는 확진자 치료에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이마에 해열패치를 붙인 아이와 엄마가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