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이른바 '조민 사태'를 시작으로 우리 사회의 '부모 찬스'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특히 입시 부정을 저지르고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 사례가 많아 비판이 더욱 거세진다. 비리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입시 결과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절대적이기 때문에 이 또한 일종의 부모 찬스라는 의견도 있다. 공정한 입시를 위해 정부가 정시 확대로 대입 기조를 바꿨고, 차기 정부도 이를 유지하거나 확대한다는 방침인 가운데 이는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편집자주).
부모의 능력을 이용해 대학 입시에서 혜택을 보는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면서 '공정한 입시'가 사회적 화두가 됐다. 하지만 입시 부정이 적발된 후에도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고등학생 이하 미성년 공저자 연구물 검증결과'에 따르면 '교수 부모 찬스'로 국내 대학에 진학한 46명의 학생 중 입학이 취소된 사례는 5명에 불과했다.
교육부는 연구에 기여한 바가 없음에도 교수가 자녀나 지인의 자녀를 미성년 공저자로 올린 사례를 적발하기 위해 2017년 12월부터 5차례에 걸쳐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를 통해 총 1033건의 미성년 공저자 논문을 발견했다. 이 중 연구부정(부당한 저자 표시)으로 확인된 논문은 96건이다. 논문의 공저자는 해당 연구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1저자, 2저자 등으로 표기되는데 이와 무관하게 저자 표시를 한 경우 연구부정으로 처벌된다.
다만 연구 부정이 무더기로 적발됐음에도 처벌은 대부분 가벼웠다. 96건의 논문 저자는 교수 69명으로, 이 가운데 해임·정직 등 중징계 처분은 받은 교수는 3명에 불과했다. 감봉·견책 등 경징계는 7명, 나머지 57명(83%)은 주의·경고 처분에 그치거나 퇴직으로 처분을 내리지 못했다.
교수를 비롯한 교위층들의 입시 부정은 이전부터 계속됐지만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처벌을 받더라도 대부분 가벼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 수원시 한 대학교 강의실. (사진=뉴시스)
부산교대 또한 재직 중인 교직원이 전 직장인 진주교대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서 입시 성적 조작에 가담한 사실을 알고도 지난해 경징계(견책) 처분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혐의자는 2016~2018년 진주교대에 재직하면서 중증장애를 이유로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의 성적을 수차례 조작했다.
대학이 경징계를 내리면서 교육부 차원의 징계도 불가능해졌다. 한 번 징계가 끝난 사안에 대해 다시 징계 절차를 밟을 수 없는 '일사부재리' 원칙 때문이다.
2008년 한 교수의 폭로로 파장을 일으킨 홍익대 미대 교수들의 입시 비리 또한 2년 뒤 검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리며 일단락이 났다. 홍익대 자체에서는 이 교수들에 대해 정직, 감봉 등의 징계를 내렸다.
홍익대 교수들은 특정 학부모에게 부탁을 받고 일부 수험생들에게 정물화의 출제 정물을 미리 알려주거나, 특정한 구도나 그리게 하는 방법 등을 귀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일단 입시 비리를 저질러서라도 좋은 결과를 얻자는 행태가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소재 한 고등학생의 학부모는 "안 걸리면 그만이고, 걸리더라도 처벌이 약하니 능력과 기회가 되면 자녀 대학 입시에 관여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법망을 피해 수법 또한 계속 교묘해지니 앞으로도 처벌하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