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부모 찬스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정시 비율 확대를 통해 발등의 불 끄기에 나선 형국이다. 하지만 수시 중심에서 갑자기 정시 확대로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대입에 대한 갈피를 잡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 정부에 이어 차기 정부도 정시 확대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학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수시 전형을 강화하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의존했던 기존 입시 제도의 변화를 꾀했다. 이에 따라 수능이 평가 지표인 정시 모집 비율은 문 정부 출범 이래 지속해서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35.8%였던 정시 비율은 2020년 22.7%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를 둘러싼 입시 부정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2019년을 기점으로 다시 정시 확대로 기조를 틀었다. 수시 전형이 조민씨 사례와 같은 입시 부정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9년 서울 소재 16개 대학을 대상으로 '정시 비율을 40%까지 높이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정시에 대한 방향을 바꾸면서 2019년 고 1·2·3학년은 각각 적용받는 대입 제도가 다른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래픽=구선정 디자이너)
현재의 정시 확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수능에 따른 '경쟁'보다 '공정'하지 않은 평가 방식에 더 불만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현 고2가 치르는 2024학년도 대입에서 전국 대학은 정시 21%, 수시 79% 비율로 학생을 선발한다고 밝혔다. 다만 수도권 대학으로 범위를 좁히면 정시 비율은 35.6%에 달한다. 서울 주요 대학 또한 정부의 권고에 따라 정시 비율 40% 이상을 유지한다. 즉 학생들이 선호하는 수도권과 서울 대학일수록 정시 비율이 높은 것이다.
다만 수년 동안 수시 전형이 대세였던 가운데 갑자기 정시로 기조가 바뀌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시 확대에 따라 수능을 대비하겠다며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도 생기면서 교사들의 어려움도 크다.
최근 부산의 한 고등학교 선생님은 교사 커뮤니티 게시판에 정시 비중 확대로 학교 교육과정을 무시하고 수업 시간에 인터넷 강의를 듣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교사는 글을 통해 "수업 중 한 학생이 이어폰을 끼고 다른 과목 인강을 듣고 있어 속상했다"며 "다른 선생님으로부터는 꽤 많은 학생이 정시 준비로 내신은 필요 없다며 발표 수행평가에 응시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