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재판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음파일이 재생되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이 성남시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는 2일 정 회계사와 김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정민용 변호사의 25차 공판에서 정 회계사가 2013년 3월 녹음한 파일을 재생했다.
이 녹음파일에는 정 회계사와 김씨가 ‘한구 형’, ‘의장님’ 등을 수차례 언급하며 성남시의회에 로비를 시도한 정황들이 담겼다.
녹음파일에서 김씨가 “한구 형(당시 강한구 성남시의회 의원) 부분도 형 선(김씨)에서 처리하겠다”고 하자 정 회계사는 “10억, 20억 가져가서 정리를 하셔야 한다. 대신 그쪽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 책임은 지셔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파일이 녹음된 시기는 2013년 3월 9일”이라며 “강 전 의원은 2012년까지만 해도 공사(성남도개공) 설립에 유보적 입장을 취하다가 2013년 2월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2013년 3월 20일 녹음된 파일에서는 김씨가 “애들은 의장님(당시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한테 잘하나”라고 묻자 정 회계사는 “욱(남욱 변호사)이 잘 붙어있습니다. 지금은 잘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김씨는 “앞으로 의장님이 점점 더 세질 거야. 이제 대장동 키는 의장님(최 의장)이 완전히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최 전 의장은 시의회에서 성남도개공 설립 조례안 통과를 주도한 인물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남 변호사가 정 회계사에게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어떤 내용을 들었는지 알려주는 내용”이라며 “최 전 의장에게 로비하라는 아이디어도 전달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2014년 4월 16일 통화 녹음파일에서는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사업을 하며 최대 2000억원의 이익을 남기는 구조를 짠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 관련 1000억원이 남는 구조를 짜고 있고, 성남도개공에서 구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2000억원 정도를 남기는 것을 할 수 있단 얘기를 김씨가 정 회계사에게 알려주기로 하며 정 회계사는 공사 설립에 따라 이런 수익 구조가 가능하단 취지로 맞장구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29일부터 정 회계사의 녹음파일을 재생하는 방식으로 증거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녹음파일은 정 회계사가 2012~2014년과 2019~2020년 김씨, 남 변호사 등과 대화한 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이 사건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꼽힌다.
재생할 녹음파일이 66건에 달해 재판부는 오는 3일과 6일에도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음파일 재생을 이어갈 예정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오후에 속개되는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