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눈을 감은 채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이 윤석열정부 초대 내각 후보들을 향해 '송곳 검증'을 예고했지만, 현실은 '무딘 칼날'에 그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쟁점 인물들을 상대로도 밀리는 등 인사청문회 주도권을 움켜쥐지 못하는 형국이다.
당초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이 발표되자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청문회를 단단히 별렀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윤 당선인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파격 지명되자 "청문회를 통해 충분히 검증을 하겠다"며 혹독한 검증을 예고했다. 언론을 통해 한덕수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에게 숱한 의혹이 제기되자 호기로까지 생각하며 승기를 6월 지방선거로까지 이어가겠다는 전략이었다.
여론도 우호적이었다. 특히 김인철, 정호영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내에서조차 '조국 시즌2'를 우려하며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런데 막상 청문회가 시작되자, 민주당은 앞선 호언과 달리 언론보도 내용을 되풀이하는 수준의 검증에 그쳤다. 김인철 후보자가 3일 자진 사퇴했지만, 이는 민주당 압박 때문이라기보다 언론의 집요한 검증에 가족이 계속해서 노출되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언론의 집중검증을 받았던 '아빠찬스' 논란의 당사자인 정호영 후보자에 대해서는 새로운 사실관계 확인 하나 없이 "자진사퇴"만을 촉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3일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부원장, 원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7, 2018학년도에 두 자녀 모두 경북대 의대 편입학 전형에 합격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를 따져 물은 뒤 자료 부족 등을 이유로 청문회장에서 퇴장했다. 항의의 뜻이었지만 이면에서는 "저격수가 없다"는 한탄이 들려왔다.
강선우 의원은 "2016년부터 2020년 경북대 의대 학사편입생 중 부모가 같은 학교 의대 교수인 경우는 정 후보자가 유일하다"고 꼬집었고, 고민정 의원은 "아들이 불합격했던 2017학년도와 합격했던 2018학년도 서류가 오탈자까지 같다"고 지적했지만 이게 공세의 전부였다. 오히려 정 후보자는 "근거 없는 의혹"이라고 맞섰고, 판박이로 일컬어지던 조국 사태와도 다르다고 강변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정과 상식에 자신이 부합하는 인선이라고 자평까지 했다.
의혹을 입증할 확실한 카드보다는 겉도는 공격이 난무했다. 고영인 의원이 "정 후보자가 이렇게 버티는 이유는 협상용으로 마지막 버리는 카드로 사용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강병원 의원은 정 후보자가 윤석열 당선인과 '40년 지기'로 알려진 점을 들어 "검증 하루 만에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한 40년 지기 친구에게 어떤 마음이 드느냐"고 비꼬기도 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정 후보자가 제출한 아들의 MRI 자료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본류가 아닌 지류를 좇는 공격은 되려 후보자의 반론만 강화시켰다. 서영석 의원이 "국민들이 '왜 정 후보자는 많은 의혹을 가지고 있느냐'고 하는데 동의하느냐"고 묻자, 정 후보자는 "저는 나온 게 없지 않느냐"고 따졌고, 강병원 의원이 "언제쯤 자진 사퇴할 계획인가"라고 묻자 "저한테 씌워진 여러 의혹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까지 왔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같은 날 열린 한덕수 후보자 청문회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가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한 점을 들어 전관예우와 이해충돌 문제를 집중 거론했지만 문제 제기 선에서 그쳤다. 최강욱 의원이 "후배 공직자에게 퇴임하면 로펌으로 갔다가 이후 공직으로 돌아와 일하라고 권하겠는가"라고 묻자, 한 후보자는 "입법부가 정한 규제 내에서 자기가 가진 것을 활용하겠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공적 영역과 민간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되물었다.
전문가들은 청문회는 수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청문회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고, 박상병 인하대 정치정책대학원 초빙교수도 "국회의원이 청문회에서 결정적 한방을 제시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현실적 한계를 이유로 지목했다. 그러나 과거 논리로 상대를 제압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노회찬 전 의원 등 청문회 스타가 존재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으로서는 스타도, 저격수도 없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