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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탑, 올해 유일한 주주배정 유증…원인은 자금 부족?
주주 손벌리면서 수수료 납부도 아깝다…구주주청약 100%
입력 : 2022-05-0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가격이 상승하면서 주가가 급등한 한탑(002680)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한탑은 이번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곡물 수입 등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목표자금 조달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탑의 유증 방식이 실권주 인수나 일반공모가 없는 100% 구주주청약으로 이뤄지는 주주배정 방식이기 때문인데, 이는 자금조달 실패 가능성이 높아 자본시장에서 보기 드문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한탑이 이 같은 유증을 실시하는 것은 자금력 부족이 원인일 것이라며 최근 곡물가격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도 우려되는 만큼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한탑의 경우 최근 결정된 유상증자 확정 발행가액이 1차 발행가보다 두배이상 높아진 만큼, 주가하락에 따른 리스크 역시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 마련도 힘들다…실권주 일반공모 없는 100% 구주주청약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탑은 이날부터 10일까지 양일간 구주주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유증은 168억원 규모로 총 650만주를 신규 발행할 예정이다. 확정된 유증 발행가액은 2580원이다.
 
한탑의 유증에서 주목할 점은 유증 방식이다. 한탑은 주주배정 방식을 통한 유상증자를 계획했는데, 이는 구구주청약에서 발생하는 실권주의 일반공모나 인수인이 없는 100% 구주주청약 방식이다. 주주배정 방식은 일반 투자자의 참여가 자유롭지 못한 코넥스 상장사나 거래정지 종목들에서 주로 나타나는 방식이다.
 
모든 자금을 구주주들에게만 의존하는 만큼 자금조달 실패 가능성이 높아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 상장사들의 경우 선호하지 않는다. 실제 올해 공모방식 유상증자를 실시했거나 계획 중인 상장사 31곳 중 주주배정 방식을 진행하는 기업은 한탑이 유일하다. 유자증권시장에서 컨버즈(109070)가 주주배정 유증을 계획 중이지만, 지난 2020년 3월부터 현재까지 거래가 정지된 종목이다.
 
전문가들은 한탑이 이 같은 유증 방식을 택한 원인으로 자금 부족을 꼽았다. 주주배정 방식은 일반공모가 없는 만큼 신주 발행을 위한 분담금이나 수수료의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실권주 인수인이 없어 실권주에 대한 수수료 부담도 없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사가 유증을 진행하는 것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함인데,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목표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진다”며 “대부분 상장사는 이 같은 리스크를 피하고자 실권주에 대한 일반공모를 진행하고 이후에 발생하는 실권주의 경우 인수인을 둬 리스크를 줄인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조달 계획이 실패할 수 있음에도 주주배정방식을 결정했다는 것은 결국 해당 기업의 자금여력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탑은 최근 이어진 적자로 자금 상황이 넉넉하지 못하다. 지난 2019년 922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789억원으로 쪼그라들었으며, 2019년부터 3년 연속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지속된 적자로 2019년 97억원 수준이던 결손금은 지난해 304억원까지 늘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발행가 산정 방식…주주가 봉?
 
(그래픽=뉴스토마토)
 
한탑의 발행가 산정 방식도 논란이다. 대부분 유상증자의 경우 1차발행가액과 2차발행가액을 산정해 그중 낮을 가액을 확정가액으로 한다. 다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1차, 2차 발행가 중 낮은 가격이 청약일전 3~5거래일 평균주가에 할인율을 적용한 가격보다 낮을 경우 이를 확정가액으로 한다.
 
특히 공모 유상증자의 경우 회사가 주주들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만큼 30~40% 수준의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주가가 급등하더라도 주주들은 낮은 가격에 유상증자 참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한탑의 경우 이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1차발행가액을 1115원으로 결정했지만, 2차발행가액 산정 없이 바로 확정 발행가를 결정했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확정발행가는 1차발행가보다 두배 이상 비싼 2580원에 결정됐으며, 유상증자 규모도 기존 72억원에서 168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할인율 역시 1차발행가 산정과 같은 10%에 그치면서 한탑의 유증 발행가(2580원)는 현 주가(4일 종가 기준 2420원)보다도 높은 가격에 책정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유증 발행가액을 산정할 때 1~2차 예정발행가를 나눠서 공시하고 변경사항에 대해 정정공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면서도 “한탑의 경우 일반적 유상증자가 아닌 주주배정 방식으로 발행가 산정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탑은 유증 발행가 산정에 제3자 배정 방식을 기준으로 했고, 이에 할인율 역시 일반적인 공모 유증 할인율 보다 낮은 10%에 그쳤다”며 “다만 실권주 방지 등을 위해 최대주주의 참여의사 확약 등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탑 최대주주(류지훈)는 현 지분율인 32.68%(특수관계인 포함) 수준 이상의 유증 참여를 결정했다. 
 
곡물값 상승에 주가 급등…실상은 사업성 악화 요인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값이 급격히 오른 것도 한탑의 사업성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높다. 
 
한탑의 경우 사료의 원료가 되는 곡물 90%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제품 가격 상승 폭이 원재료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한탑의 제분 및 사료 매출과 생산능력은 전년 대비 각각 11.29% 5.28% 증가했지만, 원재료 가격이 평균 12.15% 증가하면서 영업손실은 오히려 확대됐다. 올해 원재료 값이 급등세를 보인 만큼 사업성은 더욱 악화할 여지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곡물값이 급등하면서 사료 관련주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는데, 실상은 반대”라며 “특히 사료 가격의 경우 정부의 통제 등으로 가격을 급격히 올리기 쉽지 않은 만큼 원재료값 상승은 사료 관련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탑의 주가는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4일 1235원 수준이던 주가는 지난 4일 2420원으로 한 달간 95.95% 급등,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주가 상승률 7위를 기록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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