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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열풍의 이면
입력 : 2022-05-30 오후 8:17:49
비와 노홍철이 전국을 누비며 맛집을 가는 모습이 담긴 넷플릭스 예능 '먹보와 털보'. (사진=넷플릭스)
 
바야흐로 맛의 시대다. 맛집과 관련한 콘텐츠는 풍성하다 못해 넘친다. SNS, 블로그에서 유명 맛집으로 부상한 집이 다시 영상 콘텐츠에 소개되는 역전 현상은 나타난 지 오래다. 푸드인플루언서가 소개한 집이 명성을 얻고, 이들은 자신들의 영향력과 관심을 활용해 직접 식당을 차리기도 한다. 서로를 띄어주다 보면 각자의 업장에 사람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니 정말 맛집이 돼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코로나 시국을 지나며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무너졌지만 요식업계 역시 빈익빈 부익부를 피해 가지 못했다. 
 
SNS에서 회자되고 있는 '요즘 인스타 감성 카페 운영 스타일' 영상을 보면 세태를 잘 풍자해 많은 이들의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고객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얼만지 묻자 직원은 "메뉴판 숙지를 부탁드린다"고 답한다. 또, 화장실을 묻는 말에 인스타를 확인하라며, 화장실 문의는 DM으로 부탁한다고 말한다. 고객이 화장실을 묻자 인사도 없이 대뜸 화장실 위치를 묻는다는 게 너무 힘들다며 기본적인 예의를 갖출 것을 요구한다. 이에 고객이 인사를 하고 다시 위치를 묻자 "고객의 편의와 위생을 위해 화장실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다. 과장된 측면이 있으나 일견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몇몇 포인트들도 있다. 
 
한때는 맛집에 미쳐 곳곳을 찾아 다녔다. 인기가 지속되는 데는 당연히 어느 정도의 맛과 괜찮은 접객 서비스가 있겠으나 실망한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 기저에는 본질에 대한 소홀함이 있었다. 음식이나 장소가 멋지고 예쁘더라도 돼지고깃집은 돼지가 맛있어야 하고, 커피집은 커피가 맛있어야 한다. 본질이 없으면 한 번은 호기심으로 가더라도 두 번까진 발걸음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인스타 핫플레이스는 '맛'보단 '멋'에 치중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멋진 인테리어와 아기자기한 소품 등에 눈길이 가다가도 맛을 보면 마음이 식는다. 
 
맛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이다. 어렸을 땐  어디 멀리까지 갈 필요도 없이 동네 단골집에서 가족과 한끼 맛있게 먹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친구를 만나도 가족끼리 여행을 가도 눈에 불을 켜고 맛집을 찾는다.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다고 막상 가면 관광객만 득시글하고 실망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이 때문에 거주민 맛집, 토박이 맛집으로 검색하는 방법이 공공연하게 알려진 꿀팁이기도 했다.
 
우리는 왜 맛집에 열광할까? 먹는 게 가장 쉽기 때문이 아닐까. 맛은 직관적이다. 이해하는데 크게 대단한 지식이나 수고를 요하지 않고 즉각적인 만족감을 준다. 삶이 팍팍해지면서 즉각적이고 쉬운 만족을 얻는데 더욱 환호하게 된 게 아닐까. 내 집 마련은 요원하지만 먹는 건 즉각적인 행복을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과시와 단발성이 범람하는 시대, 집밥과 동네 단골집이 더욱 그리워지는 이유다.  
 
가수 성시경 유튜브 채널 '먹을텐데' 화면 캡처. (사진=성시경 유튜브)
 
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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